[Rank by Me]
[Rank by Me] 한물간 스타
2006-09-29
글 : 김유진
“나도 왕년에는 잘나갔어~”

‘사그라지지 않는 이놈의 인기’가 드디어 사그라지고야 말았을 때 스타들은 어떤 심경일까. 인기라는 에 종종 ‘그때뿐’이라던가 ‘물거품’ 같은 비유가 동반하는 것을 보면, 그놈의 인기는 결국 때가 되면 사그라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병기님은 시 <낙화>에서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지 않으셨나. 하지만 그게 쉽다면, 어디 사람인가. 반짝였던 시절을 회상하며 고군분투하거나 그때가 언제였냐는 듯 다른 삶을 시도해보는 왕년의 스타들, 한물간 스타 목록 다섯.

<돈 컴 노킹>

5위는 <돈 컴 노킹>의 할리우드 서부극 배우 하워드 스펜스(샘 셰퍼드). 한때 업계를 주름잡았지만, 사회적 인간의 기본 덕목인 싸가지를 상실한 탓에 사람들한테 외면받으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어머니가 지나가면서 툭 던진 말(“서부 어딘가 네 아들이 있을 것”)을 구원삼아 새 삶을 시작하려는 그분, 아들 찾아 텅빈 풍경 속을 터벅터벅 걷는 그에게 5위.

4위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영화배우 밥 해리스(빌 머레이). 한물간 스타성보다는 무료하기 짝이없는 삶 자체가 문제인 것 같은 그. CF 촬영차 방문한 일본 호텔에서 샬롯(스칼렛 요한슨)을 만나 극으로 치닫는 무료함에 조금씩 변화를 주게 된다. 낯선 곳에서 모국어로, 교감을 나누는 둘의 모습은 무료함을 편안함으로 치환해버린다.

3위는 <시카고>의 시카고 최고 보드빌 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 존스). 그녀가 일급살인죄를 언도받아도, 언론의 끝없는 관심은 식을 줄을 몰랐지만, 승률 100%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이 역시 살인죄를 얻도받은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의 변호를 맡으면서 대중의 관심은 점점 멀어진다. 스타로서 자존심을 버리고 록시와 팀을 이루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 벨마. 혼자 오두방정을 떨면서 안무를 선보이는 꼴이라니. 3위도 아깝지 않으리.

2위는 <러브 액츄얼리>의 완전 한물간 가수 빌리 맥(빌 나이). 그의 곁에 있는 건 고집과 무능력해 보이는 매니저뿐.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며 묵묵히 노력하는 매니저 조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빌리. 라디오에서 망언을 하고, 멍청한 뮤직비디오를 보여도 그의 감질맛 나는 <Chirstmas Is All Around>는 최고다. 순위 프로그램에서 블루와 맞짱떠서 이긴 건 대박!

<라디오 스타>

1위는 <라디오 스타>의 쌍팔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 대마초와 폭력사건에 발목 잡힌 왕년의 스타인 그는 화려한 재기를 꿈꾸지만 매니저 박민수(안성기)가 섭외해온 지방 라디오 방송 DJ 역할이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니다. 선곡도 멘트도 제멋대로 하더니, 스튜디오로 배달시킨 커피 배달원의 사연을 제멋대로 소개하면서 대박난 그. 역시 스타의 기회는 이렇게 절묘한 행운을 동반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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