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두 마리 토끼를 향한 노브레인 레이스, <라디오 스타>의 노브레인
2006-10-12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인배우 노브레인을 만났습니다. 비주얼록의 반대말인 청년폭도 로커들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에서 강원도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 동강(이스트리버)으로 등장, 왕년의 록스타 박중훈을 형님으로 모시고 졸졸 따라다닙니다. 영화가 좀 짠∼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튀어나와 관객의 뇌수를 아스트랄의 행성으로 사출시켜버리는 골때리는 역할입니다. 영화사는 “평소 노브레인의 엉뚱하며 도발적인 이미지가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매치된다”고 캐스팅 사유를 밝혔더군요. 진짜 이유는 ‘록스타로 등장하는 자신의 미모를 좀더 빛내고 싶었던 박중훈의 계략’이라는 소문이 충무로 안팎에 흉흉합니다. 어쨌거나 보컬인 ‘청년폭도 바다 싸나이’ 이성우, 기타를 치는 ‘삼청교육대 리얼쌍놈’ 정민준, 베이스 주자 ‘미친 듯 놀자’ 정재환, 드럼보이 ‘넌 내게 반했삼’ 황현성. 도저히 정리되지 않는 네 사람의 말들을 도매금으로 묶어 담아냈습니다. 노브레인 레이스로 흘러가는 인터뷰 정리하다가 브레인 데드될 뻔했습니다.

영화배우 노브레인

몰래카메란 줄 알았습니다. 대단하신 이준익 감독님이 하찮은 우리와 영화를 찍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뻥인 줄 알았죠. 게다가 박중훈 형님이랑 안중… 아니, 안성기 선배님이 나오는 영화라는데 말입니다.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정말 감격했습니다. 출연 결정하는 데는 전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대개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을 출연, 아니, 출연을 결정한다잖아요. 그런데 시나리오 안 보고도 과감히 출연을 결정했습니다. 만날 공연하고 노래부르다가 영화를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만 읽어도 가슴이 찡한 게 눈물이 났습니다. 영화보고 잘 안 우는데 볼 때마다 울었습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닙니다. 아파서 우는 겁니다. 웃고 있는데 울고 있고, 울고 있는데 웃고 있는 겁니다. 그런 게 <라디오 스타>입니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준익 감독님이 그러셨습니다. 그냥 너희 느낌대로 해. 대본 안 보고 해도 돼. 자유롭게 해. 대사도 잘 못 외우겠고 해서 감독님 말씀대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본이랑 다르다며 소리를 치시더군요. 내 참. 대본 안 보고 해도 상관없다더니. 어쨌든 감독님이 저희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사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엎질러진 물이다’ 하는 심정이셨겠지만 말입니다. 이스트리버는 실제 저희랑 상당히 비슷합니다. 물론 평소보다 50% 정도 뻥튀겨져서 만든 캐릭터이긴 합니다. 저희는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는 않거든요. 행동은 비슷하지만 머리는 다릅니다. 이스트리버는 극단적으로 머리가 나쁜데 저희는 극단적으로 머리가 좋습니다. 하지만 이스트리버도 참 매력있지 않습니까. 음악 하나에 목숨을 걸고 강원도 영월이라는 땅에서 사는 청년들. 되게 귀엽습니다.

노브레인만의 연기 철학. 당연히 있습니다. 남들은 완벽한 내면연기를 위해 힘쓴다지만 저희는 완벽한 외면연기를 위해 정말 노력했습니다. 박중훈 형님이 저희보고 영화계에 새로운 형식의 연기법을 도입했다고 극찬하시더군요. 다큐멘터리 연기법이라나. 그래서 저희가 나오는 장면은 모조리 다큐멘터리화됩니다. 네, 맞습니다. 액수는 오프 더 레코드지만 개런티는 좀 받았습니다. 그러나 러닝 개런티는 안 걸었습니다. 얼마 전 기사를 읽었는데 배우들이 요즘 너무 높은 러닝 개런티를 요구한다더군요.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노브레인이라는 배우는 앞으로도 절대 러닝 개런티를 걸지 않을 겁니다. 대신 조깅 개런티를 걸려고요. 뭐? 마라톤 개런티를 걸라고?

펑크밴드 노브레인

펑크는 애티튜드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펑크라는 틀에 저희를 가둬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펑크니까 반항적이어야 해. 그런 생각이 오히려 해가 되더라고요. 지금의 노브레인은 음악적인 엑기스만 쪽 뽑았습니다. 어릴 때는 순수한 마인드로 이유없는 반항을 했지만, 그런 마인드가 오히려 가식적이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펑크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괜스레 이유없는 반항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내년 여름께 대망의 5집이 나올 겁니다. 심지어 발라드도 있을 겁니다. 펑크의 사운드 안에서 자유분방하게 놀고 싶습니다. 펑크라는 게 어차피 자유 아닙니까. 자유롭게 여러 가지 다 해보고 싶습니다.

이래봬도 노브레인. 호흡 정말 좋은 밴듭니다. 5집도 호흡이 잘 맞는 음악이 될 겁니다… 사실은 아닙니다. 실은 우리 모두 호흡 참 안 맞습니다. 노는 스타일도 완전히 다릅니다. 누구는 소주 못 마셔 커피 마시고, 누구는 소주만 마시고, 누구는 게임만 하고 놉니다. 음악 취향도 다릅니다. 누구는 레게 좋아하고, 누구는 솔음악 좋아하고, 또 누구는 국악 빼고 모든 음악 안 가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밴드 중에는 멤버들의 음악적 취향이 달라서 부딪치는 경우가 있고 오히려 그게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는 후자입니다. 노브레인의 프라이드는 아무 음악이나 해도 노브레인의 색깔이 나온다는 겁니다. 서로의 차이점을 잘 알기 때문이고, 서로의 강점을 잘 살려주기 때문입니다. 음악을 10년 같이 했는데 이제야 그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노브레인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입니다. 10주년 기념공연이 11월18일 올림픽홀에서 6시에 있을 예정이니 꼭 참석 바랍니다….

의상협찬 디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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