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마, 이게 웬일일까 싶을 정도로 적잖은 인터뷰를 했던 것 같다.
매일매일 그 전날 마신 술에 버벅대며, 초췌한 눈빛으로 횡설수설하다가는, 결국엔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서로 멀뚱멀뚱…. 인터뷰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던 부산 영화제에 온 소감에 대해선, 내가 풍겨내는 술 냄새로 대충 짐작하며 머쓱하게 맞장구치다 헤어졌던 것 같다.
<귀여워>는 4년 전 부산 영화제에서 일반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조금은 지난했던가…. 영화를 완성해 프린트를 뽑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설렘도 만만치 않던 차에, 시나리오를 진행할 때부터 너무 낯설다, 라는 주변의 얘기들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던 차에, 감독으로서 관객들과의 첫 만남이 주는 흥분과 긴장은 꽤나 컸다.
영화 시사에 맞춰 같이 부산으로 온 배우 중 하나가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 내려오며 한참을 고민하는데 잘 모르겠다는 둥, 농담 삼아 이죽댔고, 나 역시 잠깐 망설이다가는 그냥 ‘권선징악’에 대한 얘기라고 해, 하며 극장 무대로 올랐다.
마이크를 잡자마자 너무나 당당하게 “우리 <귀여워>는 실험영화입니다” 라며 말문을 떼는 그 배우 녀석은, 순간 내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짐에도 불구하고, 무지하게 실험적인 무대 인사를 했다. 다행히도 관객들은 영화제 분위기만큼이나 들뜬 모습으로 웃고 즐기며 호응을 해줬고, 즐길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들을 보며, 모두를 해운대로 끌고 나가 술을 사줘야지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위안이 되고 자극도 됐다.
그로부터 세월이 조금 지나 <귀여워>는 개봉을 했다. 아쉽게도 부산 영화제에서의 반응처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관객들의 반응은 쉽게 찾아 볼 수 없었고, 어찌 보면 부산에서의 만남과 경험은 먼 나라 얘기 같기도 하고 다소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했다.
축제나 카니발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를, 혼돈과 무질서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건강함을 경험하고 맛본다는 건 쉽지 않다. 원숙하진 못했지만 <귀여워>를 통해 조금은 다가서려 했었고, 부산 영화제의 관객은 그걸 조금은 이해를 해줬고, 영화에 대한 애정 하나로(난 참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데^^) 부산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의 혈기는, 혼돈이나 무질서는 아니었겠지만 원인 모를 이상한 힘으로 느껴졌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복국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했다. 뭐든 어울리는 게 좋은 거라고 했는데, <귀여워>랑 부산 영화제랑은 많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자랑스럽게, 약간은 뻔뻔하게도 얘기를 했다. 그때도 역시 술 냄새는 풍기고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상대는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했다.
부디…, 다음 부산에 가지고 갈 영화는 시사 때나 개봉 때도 모두가 만족스럽게 해야지. 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