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중국 사회의 내면적 불안을 형상화, <여름궁전>
2006-10-14
글 : 이다혜

여름궁전 Summer Palace
로우예/ 2006/ 중국, 프랑스/ 135분/ 아시아 영화의 창

여주인공 유홍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 지역에 살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자란 유홍은 북경의 대학에 진학한 뒤 저우 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유홍은 저우 예와의 관계에서 감정적 고난을 겪는 동시에 그와의 관계에 과도하게 매달린다. 유홍과 저우예를 둘러싼 대학생들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나지 못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등 중국을 포함한 여러 공산국가들의 복잡한 정치상황이 다큐멘터리 클립들로 보여진다. 극과 극을 오가는 유홍의 심리상태는 당시 불안정했던 중국 사회의 내면적 불안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 민주화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영화 속 유홍의 섹스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개방적으로 변해간다.

<여름궁전>은 두 가지 이슈로 올 칸 영화제에서 화제에 올랐다. 첫째, <여름궁전>은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이 결정되어, 중국 정부는 영화제 기간 중 <여름궁전>에 관한 중국 내 보도를 엄격히 금지했으며 영화의 중국 상영 또한 금지했다. 둘째, 젊은 여인의 성(性)의 행로와 중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같은 궤도에 올려놓으려고 시도함으로서 섹스신의 강도와 그 의미가 과연 영화에 필요한 것인가 하는 현지 데일리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첫 번째 이슈는 최근 로우예 감독이 정부로부터 5년간 영화제작금지처분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두 번째 이슈는 <여름궁전>이 왕가위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칸영화제의 유일한 중국영화(일 뿐 아니라 유일한 아시아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에 실패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80년대 격변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함께 겪었던 아시아인의 눈으로 본다면 <여름궁전>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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