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충무로는 통화중] 현수막도 다시 보자?
2006-10-1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토지공사 <우행시> 속 현수막 내용 문제 제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 속 화면에 잠시 등장한 현수막 하나가 법적 소송까지 일으켰다. 한국토지공사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한 장면에 등장하는 현수막의 내용이 자사의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내용으로 지난 10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영화의 제작사 상상필름과 배급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자주인공에게 살해된 파출부의 어머니가 사는 달동네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때려잡자 토지공사 각성하라’고 쓰인 현수막이 정지화면으로 4∼5초간 노출돼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월곡동 재개발 지역에서 촬영했다는데 당시 토공은 월곡동 재개발 지역에서 사업을 하지 않았으므로 현수막은 영화사가 의도적으로 설치한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토공의 홍보팀 유재영 대리는 “끼치는 악영향이 분명히 있다. 이미 상영된 영화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2차 저작물에서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인회의 등 4개 단체는 곧장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영화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다수의 관련자가 발생하는 창작물이라는 특성상 관련 인물, 대상 공간, 각종 소품들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사실상 모든 영화의 상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실제로 걸려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영화 속에서 제작된 소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수막의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영화 밖 현실에 존재하는 한국토지공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언사에 대해 소송을 먼저 제기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배급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의 유진희 팀장은 “현수막 제작건에 대해서는 현재 담당 실무자 선에서 확인 중이다. 그러나 그 문구를 만들어낸 것은 확실히 아니다. 토공이 요구한 DVD 및 공중파 등에 관한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기왕 항의를 한 부분이니 처리를 할 용의가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현재 협의 중임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영화 <아파트>의 촬영지 주민들이 영화사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지난 7월 이후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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