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곤 사토시 감독만의 상상력, <파프리카>
2006-10-17
글 : 박혜명

<파프리카> Paprika
감독 곤 사토시/ 일본/ 2006/ 90분/ 애니아시아!: 아시아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 2

2004년 동시대 일본에서 PT라고 불리는 기계가 발명된다. 이것은 잠든 사람의 꿈으로 들어가 그의 무의식에 접근, 심리치료를 돕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일명 'DC미니'라고 하는 이 기계는 혁신적인 기술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간 정신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는 기계 문명의 교만한 신념이기도 하다. 젊은 여박사 치바는 자폐적인 천재 도키타와 함께 이 기술을 개발했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정식 사용허가가 떨어지기 전에 이 기계의 도난사고가 발생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개발에 참여했던 히무로라는 동료다. 치바 박사는 고나가와 형사와 함께 히무로의 꿈에 들어간다. DC미니의 기술적 오류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들의 상황은 통제 수준을 벗어난다.

<파프리카>는 <퍼펙트 블루> <천년여우> <도쿄 갓파더스>로 이어지는 곤 사토시만의 환상적인 스토리텔링이 꿈이란 소재와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애니메이션이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 그리고 미디어와 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감독만의 상상력이 이 영화에서는 200% 영역을 확대한다. 꿈의 침투를 통해 트라우마로 짓눌린 인물들의 무의식을 의식 바깥으로 끌어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절대 표현할 수 없겠다 싶을만큼 방대하고 화려하다. 게다가 <파프리카>는 과학의 윤리성, 휴머니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삶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 질문까지 주제적으로도 이전 작품들에 비해 굉장히 폭넓어졌다. "음악감독의 음악을 먼저 듣고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할 만큼 영상에 부합하는 사운드가 입혀지면서, <파프리카>는 시청각적으로 온전히 환상적인 여행이다. 이어지고 끊어졌다 합체하고 분할되는 수많은 꿈들처럼, <파프리카>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이기도 하다. 보는 이에 따라 모든 것이 과잉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인상적인 경험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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