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르와 아스마르 Azur And Asmar
미셸 오슬로/프랑스/2006/95분/오픈시네마,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
파란 눈을 가진 소년 아주르는 어릴 적부터 아랍인 유모의 아들 아스마르와 함께 자란다. 아주르는 유모의 고향에 있다는 요정 진의 전설을 들으며 그녀와 결혼하고 말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아주르의 아버지는 아들을 도시로 유학보내고 아스마르 모자를 쫓아낸다. 몇년이 지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란 아주르는 진의 전설을 잊지 못해 배를 타고 바다로 떠났다가 폭풍을 만난다. 아주르가 떠내려간 곳은 파란 눈을 저주의 상징이라 믿고 박해하는 유모의 고향땅. 장님 행세를 하며 천신만고 끝에 상인으로 성공한 유모를 만난 아주르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 진을 찾으러 가지만, 아스마르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진의 궁전으로 향하고 있다. 같은 요정을 사랑했고 형제처럼 친했던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이제 서로를 견제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와 마녀>으로 반짝거리는 민담의 세계를 보여주었던 미셸 오슬로가 처음 만든 3D 애니메이션이다. 3D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입체적인 현실을 모방하는데 골몰하지만,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환상과 전설을 보다 풍요롭게 그려내는데 그 기술을 쏟았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세필로 일일이 칠한 것처럼 세밀한 원색의 그림으로 마그렙 지방의 풍경을 그려냈던 <키리쿠와 마녀>와 그림자 애니메이션의 검은 배경에 방울방울 보석이 빛나는 듯한 색채를 입혔던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이상적으로 결합한 애니메이션이다. 몇년에 걸쳐 짜낸 페르시아 양탄자처럼 아름답고 복잡한 배경에 빛을 뿌려놓은 듯하다.
그처럼 예쁜 그림이 들려주는 백인과 아랍인 청년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셸 오슬로는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로 변주되곤 했던 테마를 택했으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를 창조했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한발자국을 다투는 경쟁자지만 서로가 없다면 결코 진의 궁전에 도착해 그녀를 마법에서 풀어줄 수 없다. 마법의 열쇠 세 개 중에서 두 개는 아주르가, 한 개는 아스마르가 가지고 있는 탓도 있지만, 혼자서는 마지막 시험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미청년이라고 해도 좋을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빛과 그림자처럼, 낮과 밤처럼, 서로를 마주보거나 등을 맞대며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미지의 존재를 찾아간다. <아주르와 아스마르>는 삶이란 같은 목표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돌진하기보다 그저 다른 선택을 하며 함께 머무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내가 어려서 못마땅해요?”라고 당돌하게 꾸짖는 영리한 어린 공주와 영악하지만 악당은 아닌 이방인 크라푸를 비롯한 조연 캐릭터들도 미청년들과 함께 보기 좋은 아라베스크 무늬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