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커다란 눈동자가 담아내는 여백, <데스노트> 배우 가시이 유우
2006-11-09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린다 린다 린다>의 기타리스트 케이는 표정이 없고 말이 없는 소녀였다. 갸름하고 새카만 눈동자가, 어찌 보면 무서워 보였던 케이는, 꿈속에서만 소녀처럼 울고 웃었다. 그러나 배우마켓인 ‘스타 서밋 아시아’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가시이 유우는 스크린에 비치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눈동자와 부끄러운 듯한 웃음을 가진, 그저 맑은 스무살 여자아이였다. “<데스노트>는 <린다 린다 린다>와는 정말 달랐다. 버스도 한대를 통째로 사고, 미술관이랑 지하철도 빌리고. (웃음)” 가시이 유우가 <데스노트>에서 맡은 배역은 살생부 ‘데스노트’를 가진 소년 라이토를 좋아하면서도 선뜻 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반듯하고 영리한 대학생 시오리. TV드라마 <워터 보이즈>와 영화 <로렐라이> 등에 출연하기는 했지만 가시이 유우는 아직도 수백명의 스탭이 일하는 거대한 촬영장과 자신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어색하기만 한 어린 배우다.

싱가포르에서 살다가 열두살 때 일본으로 돌아온 가시이 유우는 아버지의 후배가 찍었던 사진이 우연히 카메라맨의 눈에 띄면서 모델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엔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유명해지고 싶고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심은 항상 있었다. 꼭 배우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처럼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어본 적이 없던 가시이 유우는 “어쩌다보니 연예인이 되어 있었고, 다시 어쩌다보니 배우가 되어 있었다”지만, 좋아하는 감독을 묻자 투명한 눈을 반짝거렸다. “이와이 순지 감독과도 일해보고 싶고, 배두나가 보여주었던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도 재미있었다. 나는 대사가 별로 없고 풍경이나 음악이 많은 영화가 좋다.” 그녀는 <린다 린다 린다>가 바로 그런 영화, 말이 아닌 여백으로 파장을 전하던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너무 자주 사진에 찍히기 때문에 내가 찍는 사진은 인물이 없는 편이 좋다”고 다소 쓸쓸하게 말하는 가시이 유우의 다음 영화는 나쓰메 소세키가 몽환적인 열흘 밤의 꿈을 기록한 <유메주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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