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헤이본펀치>의 누드사진, 성교육영화 <여체의 신비>, 프리섹스, 포경수술, 마오쩌둥의 레드북, 전공투, 히피, 베트남전. 1968년, 교토에 사는 소년이 듣고 보는 건 온통 아찔한 것들뿐이다. 그리고 소년은 재일조선인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박치기!>는 십대 소년의 사랑을 옛 감성에 맞춘 영화가 아니다. 모두가 정치적이어야만 했던 시기에 가장 비정치적인 인물을 사건의 중심에 놓아둔 <박치기!>의 주제는 수차 흘러나오는 노래 <임진강>에 녹아 있다. 재일조선인에게 국가와도 같았다는 <임진강>은 이후 일본 밴드 ‘포크 크루세이더스’에 의해 녹음됐으나 당시 민감한 정치상황으로 방송을 금지당한 비운의 노래.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른 임진강은 인간과 사회를 구분하고 가로막는 경계의 은유다. 조선과 일본 고등학생 패거리가 결전을 치르던 날 밤, <임진강>을 목놓아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조선인 소년의 빈소까지 울려퍼지고, 일본인 여자는 조선인의 아들을 낳는다. 재일조선인의 울분의 기록인 줄 알았던 <박치기!>는 미국과 소련, 북한과 남한, 재일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기를 원했던 자의 애정어린 쓴소리다. 원작 <소년 M의 임진강>과 <임진강>의 일본 가사를 썼던 마쓰야마 다케시는 작금의 일본에선 과거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면서 자신이 바라는 세상은 <임진강>이 더이상 불리지 않는 곳이라고 말한다. <박치기!>의 부제 <우리 승리하리라>는 익숙한 저항 노래에서 따왔다. 뛰어넘고 도전하는 자의 몸부림인 박치기가 얻어낼 노획물은 다름 아닌 승리인 것이다. DVD 영상과 소리는 그저 그렇지만 부록이 좋다. 제작진 음성해설(끝부분에서 속편이 언급된다), 배우 12명과의 인터뷰(37분), 3부- 제작진 인터뷰, 2개월간 촬영의 기록, <임진강>에 얽힌 사연- 로 나뉜 메이킹 필름(72분), 부산영화제를 포함한 로드쇼 기록(33분) 등은 일본영화 현장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전한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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