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부모의 이혼과 아이들의 정신적 혼란. <오징어와 고래>가 굳이 1986년이란 시간으로 돌아간 건 영화가 1980년대 영화에 어울릴 법한 주제를 다뤄서라기보다 그 즈음 유명 작가·영화평론가인 부모의 이혼을 겪은 노아 바움바크의 개인적 기억과 관련되어서다. 아이는 물론 부모도 역시 이혼 뒤 새로운 인생수업을 시작한다. 큰아이는 학예회에서 사기극을 벌인 뒤 첫사랑에 실패하고, 작은아이는 정자를 학교 여기저기 묻히며 다니고, 엄마는 아이들의 테니스 강사와 사랑에 빠지고, 아빠는 어린 여학생과 성관계를 시도한다. 이 모든 사실이 모두에게 노출됐을 때, 부모보다 더욱 민감한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믿음과 그들을 지탱해주던 세계가 뒤집히는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영화는 어릴 적 공포를 안겨줬던 자연사박물관의 조각물을 다시 찾은 소년이 오징어와 고래의 싸움을 응시하며 끝난다. 부모의 이혼을 딛고 문제적 감독으로 성장한 바움바크처럼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소년은 그렇게 자기만의 인생의 시작점에 서는 것이다. DVD는 평범한 음성해설을 피해 스틸사진을 배경으로 진행된 바움바크식 음성해설(53분), 감독이 뉴욕영화제에서 작가·평론가 필립 로페이트와 나눈 대화(38분), 영화 뒷이야기(10분)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단, 부록엔 한글자막이 없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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