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 첫 공개
2007-01-26
글 : 강병진

일시 1월 16일 오후 2시
장소 용산 CGV 1,2관

이 영화

윤제균 감독의 3년 만의 연출작. <색즉시공>의 임창정, 하지원이 다시 합세했다. 전작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병자호란 직후의 조선시대를 다루었던 윤제균 감독의 이번 무대는 철거를 앞둔 달동네 청송 1번지다. 이 곳에는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전적 5전 1무 4패의 권투선수 명란(하지원)을 비롯해 하루 빨리 지상세계로 내려가고픈 선주(강예원), 집 나간 엄마 대신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꼬마들이 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던 이들 앞에 어느 날 건설깡패 필제(임창정)가 나타난다. 돈은 없어도 폼은 지키며 살아야 하는 그는 동네의 열악한 상황에 뜨악한다. 철거예정지역인 탓에 수돗물은 끊어졌고, 화장실은 죄다 푸세식이고 인터넷 전용선은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인 동네. 게다가 마을 주민들은 협박을 하려해도 통하지 않고, 필제는 명란과 동네아이들이 저지른 사고를 뒷처리하느라 바쁘다. 주민들과 티격태격 얽히고 섥히게 되는 필제는 점점 마을 사람들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2월 15일 개봉.

말X3

"제가 지금까지 13년 가량 연기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역할을 했습니다. 연기하는 내내 닭살돋아 죽는 줄 알았습니다." - 평소 캐릭터와는 달리 부드러운 역할을 한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한 이훈의 말
"요즘 한국영화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영화계가 망하면 여러분은 누굴 취재하시겠습니까? 살려주세요." - 무대인사에서 임창정의 말

100자평

<1번가의 기적>은 부정하기 힘든 착한영화다. 할아버지를 살리고자 하는 아이들, 힘들게 살면서도 챔피언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여자, 무엇보다도 깡패들의 폭력에 쓰러지는 철거주민들의 억울함이 담겨있다. 전작들에서 다양한 종류의 웃음을 보여준 윤제균 감독은 이번에는 그만큼의 슬픔을 자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철거촌 아이들은 지상의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죽을 날을 받아놓은 아버지와 땅을 뺏긴 사람은 자살을 생각한다. 영화의 슬픔은 세상풍파에 찌든 외지인이 순수한 동네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마저 삼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며 맞이하게 되는 해피엔딩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극장을 떠나라는 보너스 같은 배려일 것이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윤제균 감독의 작품답게 <1번가의 기적>이 뼈대로 삼은 건 쉴새없이 튀어나오는 유머. 거기에 철거촌이란 배경에서 우러난 지독한 가난의 설움과 그로 인한 고군분투가 덧붙여졌다. 아이들의 쬐그마한 머리통을 냅다 후려지고 높은 곳에서 줄기차게 떨어지며 죽더라도 맞붙어 싸우라는 식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폭력만 참는다면 다소 귀엽고 깜찍한 구석도 느껴진다. 무엇보다 철거촌 아이들의 좌충우돌을 실제처럼 담아낸 것이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장점. - 장미 <씨네21> 기자

윤제균, 임창정, 하지원이 <색즉시공> 이후 5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번에는 성적 농담을 제거하고 눈물의 함량을 높였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선사하려는 영화의 의도는 순진하리만큼 그대로 노출된다. 수돗물이 끊기고 인터넷도 연결 되지 않는 산동네를 배경으로 철거깡패와 여자복서가 만나고 그들 주변의 삶이 펼쳐진다. 챔피언이었던 아버지의 과거, 다단계 판매원 아가씨의 연애 에피소드, 병든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꼬마 남매의 사연 등 몇 갈래이야기가 누벼진 이 ‘착한(?)’ 영화가 호소할 대상은 누구인지 모호하다. 순하기만 한 복고적 정서와 응집력이 부족한 이야기들은 영화를 밋밋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자복서라는 드문 캐릭터를 연기한 하지원을 비롯한 배우들은 새로운 면모는 아니지만 제 몫을 다 한 것 같다. - 이현경/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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