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뒹굴뒹굴 하면 뭐해요?” <해피선데이: 여걸 식스>에 이어, <뮤직뱅크> MC까지. 배우라는 본업을 잊은 건 아닐까 싶어 물었더니 곧바로 쏘아붙인다. “저 원래 가만있는 거 싫어해요. 뭐라도 끊임없이 해야지.” 기다리기 전에 저지르고 싶어하는 천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소연이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게 된 데는 이유가 또 있다. “<신입사원> <결혼합시다> 등 4편의 드라마에서 연달아 얄미운 악역만 했잖아요. 다른 걸 해보고 싶은데 답답하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제 외모가 도도하고 싸늘해 보이나봐요. 실제로는 망가지고, 말도 못하고, 바보 같고 그런데. 백치미가 좀 있어요. 제가.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소옥처럼.” 대중에게 좀더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어 선택했지만, 고충도 없지 않았다. “<…여걸 식스>는 같이 진행을 해야 하는데 반응밖에 할 수 없으니까 답답했죠. 존재감이 없으니까. 처음엔 안 맞나 싶기도 하고. 지금도 반응 외에 대단한 뭔가를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젠 뭔가 만들어서 한다기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저를 보여주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죠.”
<복면달호>의 서연을 받아들인 것도 이젠 정말이지 “착하고 사랑받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불러주던 트로트를 듣고 자란 서연은 제2의 심수봉을 꿈꾸지만 음치라는 결정적 이유 때문에 매번 오디션에서 탈락하는 인물. 로커를 꿈꾸던 달호를 뽕짝 전문 3류 기획사로 끌어들이고, 유명세를 얻은 달호에게 복면을 벗고 자신을 당당히 보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물론 달호와의 로맨스도 있다. “사실 코미디라서 좀 망설였죠. 너무 웃기려 들면 모든 게 우스워지잖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오버하는 코미디가 아니구나 알게 됐고, 또 상대가 차태현 선배라는 것도 마음이 놓였고.” 다른 현장보다 마음이 편한 것이 약이 됐다는 그는 어려움이라곤 눈 작게 뜨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고. “제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눈이에요. 힘 한번만 주면 장난 아니거든요. 이번 촬영 때도 눈 풀어야지, 다 뜨지 말아야지, 그랬어요. 드라마에선 누구랑 싸울 때 뜨는 눈으로만 나왔으니까. (웃음)” 근데 잠깐. 실제로도 노래를 그렇게 못 부를까. “처음에 연습실 갔는데 애창곡을 부르라고 했어요. 빅마마의 <체념>을 불렀는데 고음 부분에서 ‘삑사리’가 났죠. 근데 다들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실감난다면서. 제가 극중에서 부르는 노래는 <비 내리는 밤 떠나는 당신>이라는 곡인데. 실제로는 조금 더 잘 불러요.”
유년 시절 부모의 욕심에 따라 “첼로부터 기계체조까지 안 배운 게 없었다”지만 “길어야 6개월밖에 흥미가 지속된 적이 없었다”는 그는 고2 때 연기를 접하고서 처음으로 눈을 반짝였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드는 거고, 상대방과 주고받으면서 달라지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고, 뭣보다 정답이 없잖아요.”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서 드라마 <신입사원>과 <깃>을 꼽는 것도 그때의 흥분을 다시 기억하게 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신입사원>은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내 반응을 달리 가져가야 했고, <깃>은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서 카메라가 따라와줬으니까 내 느낌을 쭉 끌고 갈 수 있었고….” 아직 이소연은 뭘 해야겠다기보다 뭐든 하고 싶다는 쪽이다.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이거 할래요’, ‘저거 할래요’,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들 걱정하시죠.” 굳이 꼽으라면, “시대극이나 사극의 독특한 말투나 행동을 옮겨보고 싶다”고. 조금씩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우물형 배우라기보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퍼내는 펌프형 배우인 그녀가 대배우 대신 동세대의 강혜정을 모델로 꼽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언제나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매사 당당하고, 자신있어 보이기도 하고. 저도 그런 점을 닮고 싶죠.” 닮고 싶기만 할 뿐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