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정사정 봐주면 안되겠네
2001-10-10
글 : 이영진

집안이 잘되면 우환도 끊이지 않는 걸까. 최근 한국영화가 아시아권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VCD를 비롯한 불법 유통이 현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의사과는 지난 10월4일 홍콩인 영화유통업자와 짜고 허위계약서를 작성한 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VCD로 불법 제작 및 배포하려던 제작사 필름스 코리아 유아무개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9월 초 홍콩의 유니버설 센추리사를 운영하는 홍콩인 피터 청과 만나 미화 4천만달러에 판권유효기간은 5년인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꾸미고, 국내에서 구입한 해당영화의 VCD를 복제, <맹룡회>라는 제목으로 출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공모가 법망에 걸려든 건, 유니버설 센추리사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포함, 한국영화 25편을 VCD로 출시하겠다는 광고를 내보내면서부터다. 그러자 홍콩 내 판권을 갖고 있으면서 11월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던 파노라마사에서 국내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에 문의해왔고, 이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가 넘겨받아 유씨 등을 형사고발하게 된 것.

지난해 현지 검거된 불법유통업자의 수가 3200명에 이를 정도로 불법복제의 온상인 홍콩의 상황을 염두에 둘 때, 국내 제작자들은 비단 <인정사정 볼 것 없다>만의 일은 아니라는 분위기. 제협의 김형준 부회장은 “유니버설 센추리사가 판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영화들 중 <고스트 맘마> <편지> <지상만가> 등 상당수가 계약체결 없이 불법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저작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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