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사랑'이 용서받는 날? <뷰티풀 선데이> 첫 공개
2007-03-13
글 : 김민경

일시 3월 13일
장소 신촌 메가박스

이 영화
고시생 민우(남궁민)는 골목에서 우연히 마주친 수연(민지혜)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말 한번 붙이지 못하고 음울한 시선만 보낸다. 남자친구와 모텔에 들어간 수연을 스토킹하던 날, 민우는 귀가 중인 그녀를 충동적으로 성폭행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시간이 흐르고 민우는 다시 수연을 찾고, 수연은 그가 범인이란 사실을 모른 채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다. 한편 강력반 베테랑인 강형사(박용우)는 대형 마약 거래 현장을 급습해 조직의 보스 조상태(김동하)를 감옥에 넣고 마약의 상당량을 가로챈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위해 또다른 범죄조직과 결탁해 병원비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얼마 후 감옥에서 출소한 조성태가 복수의 손길을 뻗어오자 궁지에 몰린 강형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수연에게 정체를 들킨 민우 역시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말말말
"영화를 정말 만들고 싶었는데, 이날이 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브레송과 베리만을 좋아하는데 나도 원죄와 구원의 테마를 영화에 꼭 담고 싶단 생각이 항상 있었다." (진광교 감독)
"(관객과 평론가분들이) 영화를 보신 후 이런 방식의 사랑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토론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박용우)

100자평
강간은 정조에 관한 죄인가, 인격에 관한 죄인가? 1994년 성폭력 방지법 이전의 구형법에서 강간은 정조에 관한 죄였다. '정조에 관한 죄'의 관념에서 본다면 여자의 정조를 더럽힌 남자가 그 여자와 결혼한다면, '궁극적인 책임을 진 셈'이되고, 그로써 범죄는 원인무효화 된다. (대사 "결혼까지 했으면 해피엔딩 아닌가?")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 즉 자신을 강간한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몸서리치는 상흔은 빠져 있다. <뷰티풀 선데이>의 의의가 있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여자의 몸서리침을 방기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뷰티풀 선데이>는 형사물의 외피를 지니지만, 반전의 묘미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바는 '살기(殺氣)있는 자의 분열된 내면'이다. 할리우드 영화등에서는 많이 시도되었지만, 국내 영화에서는 꽤 신선한 시도이며, 시나리오의 완성도나 박용우의 연기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형사물로서의 장치가 무성한 곁가지를 형성하면서, 두개의 사건과 인물이 만나는 임계점까지 관객들을 조금 지루하게 만든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다보고 나면 꽤 재미있는 연극을 한 편 본 것 같은 쾌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정말 '너무 사랑해서 강간했다'는 남자의 말을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 영화평론가 황진미


영화가 성폭력을 이해하는 퇴행적인 관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뷰티풀 선데이>는 미스터리스릴러로서도 불합격이다. 마약과 배신을 둘러싼 하드보일드 범죄드라마는 더없이 지루하고, 평행 구조의 플롯으로 꽁꽁 숨긴 반전 장치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해묵은 먼지만 풀풀 날린다. 긴장의 완급 조절에 실패한 채,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엉뚱한 호러와 사이코드라마를 넘나들며 설득력을 해친다. 속죄를 말한다지만 <뷰티풀 선데이>가 준비한 비장의 속죄 의식은 결국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로 시작해서 "이것만은 알아줘, 너를 정말 사랑했어"로 끝나는 비겁한 변명이다. "사랑이 용서받는 날"이라는 영화의 메인 카피는 자기 죄를 스스로 사하는 <뷰티풀 선데이>의 뻔뻔함을 의미심장하게 수식해준다.
- 김민경 <씨네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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