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객이 <괴물>을 보러 영화관에 간다. 이런 식의 수사가 가능한 이유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중국에서는 여가생활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가 아닐뿐더러 불법 DVD의 천국이라는 오명이 일러주듯이 누구든지 집에서 값싸고 편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중에 풀린 <괴물>의 불법복제판은 어림잡아 500만장 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이곳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괴물>이 개봉 2주 만에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인민폐 1천만위안을 넘겼다는 사실은 한국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합작영화를 포함한 몇편의 한국영화들이 지난 몇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반면, <괴물>에 대한 중국 관객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더구나 알려진 스타가 없는데도 관객이 <괴물>에 몰리는 것은 더욱 낯선 현상이다. 먼저 영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면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괴물’(혹은 괴수)이 나오는 영화라는 점이다. ‘큰 영화라야 영화관에서 볼 만하다’는 대작 중심의 관람 습관이 형성된 중국 관객에게 괴물이 나오는 영화는 당연히 대작일 것이라는 호기심이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본 뒤에는 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소시민 가족의 사투에 감동한다. 말하자면 가족주의영화로 <괴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초창기 한류가 형성될 때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보고 또 보고>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중국 관객의 일반적인 정서는 ‘가족간의 정’으로 집약되고, 이에 대한 공감 또한 상당히 크다. 중국 평단은 <괴물>에 대해 괴수영화라는 장르에 정치의식과 블랙유머를 세련되게 버무려놓으면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획득한 한국적 블록버스터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호평만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국가주의적 중국 블록버스터에 질린 관객과 평단은 최소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도 스스로를 구분짓는 한국영화의 영특함을 한수 배워야 한다는 태도다.
영화 외적인 성공 이유는 <괴물>의 개봉시기가 아주 적절했다는 것이다. 일년 중 최고 성수기로 치는 설 연휴 직후, 3월 말 할리우드 대작이 밀려들기 직전 비수기에 개봉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한강괴물>이라는 중국 제목으로 지난 3월8일 개봉한 <괴물>은 개봉 첫 주말과 둘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바벨> <데자뷰> 등 네다섯편이나 되는 할리우드 대작과 주윤발이 출연한 <이모의 현대생활> 등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얻은 성적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게다가 20일에 개막된 홍콩영화제 아시안필름어워드에서 <괴물>이 네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소식은 흥행 뒷심이 필요한 셋쨋주에 딱 알맞게 날아들었다. 어쩌면 3월 말까지 예정된 상영일정이 좀더 길어지면서 새로운 흥행기록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괴물>은 적어도 한국영화에 대한 중국 관객의 입맛을 일깨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