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봄은 언제쯤 도래할 것인가. 4월로 접어들면서 <모던보이> <신기전> <숙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가제) 등이 화사한 캐스팅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부진했던 한국 영화계가 활기를 되찾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인들은 오히려 입을 모아 “최악의 상황”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충무로가 느끼는 가장 큰 위기는 역시 투자 위축이라는 상황에서 나온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빅3’ 투자·배급사를 제외하고는 투자를 꺼리는 탓에 영화사들은 자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동안 충무로가 ‘위기’와 ‘활황’을 거듭해온 게 사실이지만, “극장시장의 포화, 부가판권 시장의 전멸 등 영화시장이 더이상 확대될 수 없는 탓”(오기민 아이필름 대표)에 최근의 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빅3’에 버금가는 규모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무로의 돈가뭄을 실감할 수 있다. 강우석 감독은 “과거 시네마서비스의 라인업이 나오면 많은 펀드와 투자자들이 몰려와 투자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라인업을 들고 찾아가 보여줘도 돈이 안 들어온다”고 토로한다. 한 투자 관계자는 “영화 제작비의 30% 정도를 담당해온 부분투자자들이 모두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수익률이 나빴다는 실질적인 요인보다도 영화계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정서적인 요인이 더 심각하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한-미 FTA로 인한 스크린쿼터 축소, 비수기, 영화노조 출범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원인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충무로 관계자는 “부분투자를 담당했던 창투사들이 M&A 등을 노리고 변칙적으로 영화에 메인투자를 하거나 직접 제작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문제는 위기 탈출의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제작비 절감이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만으로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인투자·부분투자·제작·기사급 스탭·조수급 스탭 등 충무로의 이해가 분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논의 테이블을 만드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