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창동 감독의 복귀작 <밀양> 제작보고회
2007-04-10
글·사진 : 강병진

문화관광부 장관에서 영화인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신작 <밀양>이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는 야외무대에 마련된 <밀양>의 스틸전시회에 이어 제작과정이 담긴 미니다큐를 상영했다. 다큐 속에서 송강호는 "내 고향의 말인데도, 사투리에 감정을 담기가 어려웠다"고 술회했고,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한다는 말에 처음으로 시나리오도 보지않고 선택한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뜨거운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말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마무리한 후 처음으로 찍는 영화다. 어떤 소감인지.
이창동 | 공직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건 나에게 크게 중요치 않다. 4년만에 영화를 만들다 보니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오랫동안 쉬다가 그라운드에 나온 투수의 기분이었다. 영화를 만들때마다 매번 새로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밀양>을 만들면서도 특별히 더 힘들거나 한 것은 없었다. 늘 하듯이 부담스러웠고, 매사에 긴장했다.

<밀양>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는가. 흥행과 영화제 수상 둘 다 좋은 결과가 있어야 겠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은 무엇인지.
이창동 | 지금까지 흥행을 염두하고 영화를 만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언제나 관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 의도의 결과가 오로지 관객수로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굳이 영화제를 겨냥해서 만들려고 해본 적도 없다. 주변에서 그런 기대를 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해서 등수를 매긴다는 것이 영화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또 영화라는 것 자체가 등수를 매길 수도 없는 거다.

<밀양>은 지역의 이름이면서, 영문제목대로 '비밀의 햇볕'이라는 의미가 있다. 감독 개인적으로 생각한 의미는?
이창동 | 밀양은 1차적으로 특별하지 않은 한국의 지방도시가 가진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밀양의 '밀'자에는 밀집하다와 비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비밀의 햇볕이라는 뜻으로 가져왔는데, 여기에는 영화가 이야기하는 중요한 의미가 들어가 있다.

이전부터 영화 속에 사랑이란 감정을 담아왔지만, <밀양>은 본격적인 멜로영화로 보인다. <밀양>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사랑은 무엇인가.
이창동 | <밀양>은 멜로이기도 하고,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구체적인 의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해야할 것 같다.

처음으로 멜로영화에 출연했다. 용모도 변한 만큼, 특별히 힘든 점이 있었을 텐데.
송강호 | 멜로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말쑥하게 변신한 건 아니었다. 카센타 사장이란 직업을 관습적인 모습으로 보여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감독님이 말씀하셨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나름 일리가 있는 모습을 창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거의 화장기가 없다. 일부러 예쁘지 않게 보이려고 애쓴건가.
전도연 | 일부러 화장을 안하려 했다기 보다는 보통의 사람, 보통의 모습으로 신애를 그리려고 했다. <밀양>을 찍으면서도 신애라는 인물을 드러내기 위해 기존에 전도연이 갖고 있던 모습을 빼내려고 했다.
이창동 | 화장을 하지 않아도 내 눈에는 충분히 아름답더라.(웃음)

송강호와는 <초록물고기>이후 10년만에 만났다. 어떤 느낌이었나.
이창동 | 10년이라는 경계를 뚜렷하게 느끼지는 않았다. <초록물고기> 이후에 다른 곳에서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었다. 심리적인 육친이랄까? 동생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번에 한가지 놀란 점은 있다. <초록물고기>를 촬영할 당시 송강호는 그때도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난 배우였지만, 매우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이 좀 색다르기도 했고, 특이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주연이 아니라서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톱 배우가 된 지금도 그렇게 연습하더라. 촬영이 끝나고 돌아갈때도 찍었던 장면을 계속 혼자서 연기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웃음) 아마도 자신의 연기가 그만큼 아쉬워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런 성실함이 천부적인 재능에 더해진 것 같았다. 다른 분야의 작업에서도 각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주었다.

지난 4년동안 한국영화의 제작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변화가 느껴지던지.
이창동 | 당연히 변화가 있어야 되겠지만, 의문은 들었다. 좋게 말해서 전문화되고 인력과 규모가 커졌지만, 과연 이런 규모가 합리적인 경제성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싶었다. 이러한 제작보고회도 <오아시스>때는 없었던 과정이다. 이렇게 많은 기자들과 한자리에 있어본 것도 처음이다. (웃음)

최근 한국영화계에는 졸속작품이 많다는 평가가 있다. <밀양>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얼마나 자신하는지.
이창동 | 졸속작품이 많다는 이야기는 언제나 있던 것이다. 아마 작년에 과열된 분위기에서 많은 영화가 쏟아지다 보니 그런 평가가 예전보다 더 많았을 것 같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건강한 제작환경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밀양>의 완성도는 영화를 보신분들이 평가할 것 같다. 완성도라는 개념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게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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