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닌자거북, 무적의 용사들!” 90년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다면 누구나 닌자거북이를 기억할 것이다. 미국에선 ‘10대 돌연변이 닌자거북’(TMNT: Teenage Mutant Ninja Turtles)으로 불리는 그들은 거북 특유의 기질을 발휘하며 장수했고 2007년 옛 인기를 되찾으려는 듯 다시금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닌자거북이 TMNT> 개봉을 맞아 준비한 닌자거북이의 모든 것.
1. 80년대를 장악한 거북들
1983년. 케빈 이스트먼과 피터 레어드는 여느 때처럼 새로운 만화 캐릭터를 창조하고자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때 나는 복면을 쓴 거북을 스케치했다. 피터가 하나를 더 그렸고 또 하나를 첨가했다. ‘닌자거북이라 부르는 게 어때?’ 피터가 대답했다. ‘10대 돌연변이 닌자거북은 어때?’” 2년 뒤 만화로 출간된 <TMNT>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80년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작품으로 회자된다. “거북이어서 행복해”라는 대사를 따라하며 가라테 킥을 휘두르는 아이들의 횡포로 한때 어른들 사이에는 ‘거북혐오증’이 생겼을 정도. 한국에선 1990년 비디오로 먼저 출시된 뒤 SBS <만화잔치>에서 <쾌걸 조로>와 함께 방영됐고 2006년 <닌자거북이 Z>가 새롭게 방영되기도 했다.
2. 너네들 정말 거북이 맞아?!
손가락 3개, 발가락 2개. 170cm를 넘지 않는 키에 평균 몸무게 85kg 정도. 닌자거북이는 열악한 신체조건에도 ‘느리고 끈질기다’는 선입견을 부수려는 듯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천장에 달라붙는 등 묘기 대행진을 선보이거나 15살 청소년에 걸맞게 참을성없는 성미를 100% 발휘한다. 얇은 끈으로 졸라맨 등딱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싸움 하나는 기가 막히니, 이게 다 스승인 스플린터의 노고 덕분.
3. 탄생 비화
스플린터는 일본 최고의 닌자 하마토 요시의 애완동물이었다. 하마토의 훈련을 훔쳐보며 닌자술을 익힌 그는 오로쿠 사키가 그를 살해하자 미국으로 건너온다. 하수구에 숨어살던 어느 날, 버려진 애완용 거북 네 마리가 그곳으로 흘러오고 이상한 물질에 오염된 그들은 사람 크기만큼 성장한다. 인간에게 버림받은 거북이가 사회 정의를 수호한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오염 물질에 ‘괴물’이 되기는커녕 온전한 정신의 인간형 거북이 됐다는 사실도 무척 반어적이다. 시리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는 부분.
4. 미켈란젤로는 개그맨
침착한 리더 레오나르도(푸른 복면), 다혈질의 반항아 라파엘(붉은 복면), 기계천재 도나텔로(보라 복면), 장난꾸러기 미켈란젤로(주황 복면). 외양으론 구분하기 힘든 이들 넷은 실상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성격은 물론 무기도 쌍검, 차(작살), 봉, 쌍절곤으로 다를뿐더러 취미 역시 명상, 격투기, DVD 감상, 발명 등으로 제각각. 특히 스케이트보드, 비디오 게임 등 대중문화에 밝은 마이키는 뛰어난 입담으로 폭소를 자아내는 ‘분위기메이커’. 반면 충동적인 성격으로 레오와 자주 부딪치는 라피는 여전히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 듯하다. TV리포터나 전직 연구소 직원으로 나오는 에이프릴 오닐, 근육맨 케이시 존스가 인간 친구로 등장해 키스를 하거나 결혼식을 올리는 식의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5. 도미노피자와 ‘코와붕가’
영화 <TMNT>(1990)에서 밝혀진 사실 하나. 닌자거북이는 도미노피자를 먹는다. 스플린터의 설교에도 마이키는 “앤초비를 넣지 않은 피자를, 제시간에 꼭 도착하”도록 주문한다. 배달부가 하수구 아래로 피자를 집어넣는 순간 도미노피자의 상표명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사랑하는 또 다른 아이템은 ‘코와붕가’(cowabunga). 서퍼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로 ‘만세, 해냈다’ 등의 뜻이다.
6. 슈레더=다스베이더
닌자거북이 최대의 적은 슈레더. 진짜 정체가 오로쿠 사키, 외계인 등으로 짐작되는 그는 짝퉁 다스베이더마냥 검은 갑옷을 입는가 하면 “슉 슉” 소리를 내거나 “내가 네 아비다”라는 유명한 대사를 따라하기도 한다. 제다이의 사제 관계를 모방하듯 지적이고 아름다운 악당 카라이와 동행한다는 설정에서도 <스타워즈>의 패러디를 읽을 수 있다. 오로쿠 사키, 카라이 등의 이름은 물론 요상한 영어를 구사하는 스플린터의 태생, 소니의 기술력을 예찬하는 대사나 아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뉴스 등에선 일본의 영향도 강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