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지아 장커 감독의 신작 <스틸 라이프>
2007-04-2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스틸 라이프> Still Life
지아장커/중국/2006년/108분/시네마스케이프

2006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중국 작가 영화의 현재를 대변하는 지아 장커의 신작. 한 남자가 싼샤라는 지역으로 16년 만에 아내와 딸을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쉽게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위험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때 한 여자도 이곳에 도착하여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한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끝이 났다. 물과 안개로 가득하여 마치 한 폭의 옛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산수가 <스틸 라이프>에는 펼쳐진다. 하지만 외지에서 들어와 지금 싼샤의 풍경안에 속해진 이 두 주인공을 비롯하여 이 곳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기 한이 없다. 댐 건설 추진으로 마을은 통째로 없어지고 그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공사에 동원된 하층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목숨을 잃어 간다.

마치 민속화의 한 폭처럼 싼샤 주민들의 얼굴을 보여주며 영화를 연 지아장커는 싼샤에 들어온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정을 한데 묶거나 교차시키지 않고 그냥 별도 두 개의 이야기로 내버려 둔다. 그들이 각각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 주목하게 한다. 이 영화가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바쳐지는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신화처럼 아름다운 장소에 어떤 현실이 도사리고 있는지 <스틸 라이프>는 정면으로 응시한다.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는 그가 중국 현대화가인 리우샤오동에 관한 다큐멘터리 <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를 느껴 시작됐다. 다큐멘터리 <동>과 합을 이룰 수 있는 극영화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스틸 라이프>와 <동>의 장면은 겹칠 때가 있으며 <동>에 담긴 현실의 기록이 <스틸 라이프>의 상상적 이야기 안으로 스며들어온다. 그 때 이 두 영화는 한 편이 된다. 그것이 <스틸 라이프>와 <동>을 꼭 함께 묶어 보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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