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한 여자의 네가지 삶 이야기 <허스>
2007-04-30
글 : 김민경

<허스> HERs
김정중/한국/2007년/105분/한국영화의 흐름

네 여자가 있다. 지리멸렬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들에게 가장 쉬운 탈출구는 바로 지금 이 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떠나는 것. 하지만 희망은 여전히 막연하다. <허스>는 LA, 라스베가스, 알래스카, 한국에 사는 지나라는 이름의 네 여자 이야기지만, 동시에 한 여자의 네가지 삶 이야기이기도 하다. LA에 도착한 첫번째 지나가 현실을 깨닫는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갈 곳 없는 지나는 필요에 의해 몸을 팔고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린다. 두번째 지나는 라스베가스에서 성매매를 하며 살아간다. 지독한 외로움에 지친 그녀는 자신을 향한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알래스카에 도착한 초중년의 지나는 젊은 동양여성의 사진이 붙은 성매매 전단지를 필사적으로 설원 마을에 뿌리고, 도도히 흐르는 빙하 앞에 목놓아 운다. 한국 시골 마을의 어린 소녀인 마지막 지나는 여자로서의 좌절에서 벗어나길 꿈꾼다. 외로움과 상실을 떠안은 지나들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구겨넣고, 꽃병에 물 대신 술을 부어넣고, 적막한 설원에서 나비를 찾아 헤맨다. 카메라는 LA, 라스베가스, 알래스카, 한국의 서로 다른 공기를 포착하며 지나들의 유예된 희망을 건조하게 바라본다. 충무로 조감독을 거쳐서 미국에 자신의 독립영화사를 차린 김정중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꽃섬> <내 청춘에게 고함>의 김혜나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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