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하나>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소미 도시히로
2007-04-30
글 : 정김미은 (객원기자)
사진 : 조석환
영화 '님'을 경계하는 영화를 위해

“인간 이외의 모든 물건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 초청된 일본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이소미 도시히로 감독이 말하는 미술감독의 의무이다. 이소미 감독은 이시이 소고 감독의 영화를 시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하나>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등의 작품에서 세밀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공간을 만들어왔다.

그의 이력은 '변칙'적이다. 회사원, 잡지사를 거쳐 신문 기자를 하던 중 이시이 소고 감독을 만나게 되어 우연히 영화 미술을 시작했다. 정석대로 미술감독이 되지 않아, 아웃사이더였다는 그는 자신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 속 세계를 만들어 왔다. 일본 동북지방 남자의 방을 만들어야 했을 때, 트럭을 가지고 동북지방에서 온 친구의 집으로 찾아가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세트장으로 가져가 영화 속 방을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선배들로부터 규칙위반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는 미술 감독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미술을 전공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기질이 있고 성향이 있다. 그것을 잘 파악해 필요한 곳에 잘 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쿄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한 이소미 감독은 그의 학생들과 미술 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영화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영화‘님’이 되어서는 안 된다.”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을 해치면서까지 촬영을 강행하는 것이 바로 영화‘님’이 되는 순간이라며 이는 영화의 존재가치를 위배하는 행위라고 봤다. “물론 우리는 밤새 일하며 영화를 만들지만, 영화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을 큰 틀로 봤을 때, 영화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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