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즈클럽>(사진1)은 ‘전문가의 뮤지컬’이다. 기껏해야 배우나 그의 주변에서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이 나오는 과거의 뮤지컬영화가 아니라, 예술과 산업으로서의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리고, 머리를 짜내고, 불면의 밤을 보내고, 제작자와 싸우고, 약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러니까 뮤지컬과 무대에 미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뮤지컬영화다. 또 하나, <째즈클럽>의 주인공 조 기디언은 바로 감독 밥 포시다. 벗겨진 머리가 싫어 모자를 썼고, 손이 보기 싫다고 장갑을 꼈던 포시만 안 보일 뿐, 포시의 나머지 모습은 기디언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무대감독과 안무가 그리고 영화감독을 겸해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니는 남자, 흡연과 과로에 지쳐 안약과 알카셀처와 덱서드린에 의존하면서도 쇼를 외치며 아침을 맞는 남자, 결혼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세상 여자들을 사랑하는 바람둥이 남자. 그가 기디언이고 포시였다. 그뿐인가, 영화 속 영화 <스탠드업>은 다름 아닌 포시의 숨겨진 걸작 <레니>의 (더스틴 호프먼 버전이 아닌) 클리프 고먼 버전이고, <째즈클럽>을 편집한 앨런 하임이 극중 편집자로 나오며, 당시 포시의 연인이자 뮤지컬 <시카고>에 영감을 제공한 인물인 앤 라인킹이 극중 연인 역을 맡았다. 이렇게 <째즈클럽>에서 포시의 숨겨진 얼굴(사진2)을 시시콜콜 찾아대자면 끝이 없을 테니, 간단하게 포시의 자기 반영성이 두드러진 뮤지컬영화라고 말하는 게 쉬울지도 모른다.
한데 그 모든 사실들이 다 부질없다 해도 <째즈클럽>의 밑바닥에 자리한 죽음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된다. 연습 도중에 감독이 쓰러지면서 공연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은, 일차적으로 <째즈클럽>의 제작자·공동작가였던 로버트 앨런 오서의 죽음으로 인해 영화 제작이 지연됐던 일을 재연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밥 포시가 자기의 죽음을 정확히 예견한 것이기도 했다. 과거·현재·미래에다 환상을 뒤섞어 ‘포시 타임’을 완성한 영화와는 다르게, 포시 자신은 자기 앞에 운명지어진 시간을 늘리지 못했다. 8년 뒤, 포시는 기디언과 똑같이 뮤지컬과 영화(그중엔 마돈나를 주연으로 한 <시카고>의 영화 버전도 있었다)를 준비하다 심장마비로 죽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포시는 기디언을 통해 자신을 잔인할 정도로 혹독하게 다룬 것에 더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일까, 죽음조차 삶의 열정으로 껴안은 남자의 거짓없는 고백인 <째즈클럽>은 이웃사촌인 <코러스 라인>보다 <8과 1/2>에 더 가까워 보인다(<째즈클럽…>을 촬영한 사람은 페데리코 펠리니의 동지였던 주세페 로투노다, 사진3).
<째즈클럽> DVD가 ‘뮤직 에디션’ 버전으로 재출시됐다. 뮤지컬영화의 새 장을 연 영화음악을 되짚는 ‘사운드트랙: 기준 뒤엎기’(8분), 조지 벤슨이 <온 브로드웨이>를 리메이크한 사연을 들려주는 ‘온 브로드웨이 작업기’(4분)와 ‘무비오케’, ‘뮤직머신’ 등 이름값을 위한 부록 외에 포시의 독창적인 안무 스타일에 대한 기록 ‘한 안무가의 초상’(23분, 사진4, 5)을 수록했다. 음성해설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대부분의 포시 영화를 편집한 앨런 하임이 진행했다. 그의 위치상 현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들려주지 못하지만, 포시에 대한 수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데, 그중에 포시가 자기 영화에 내려진 부당한 비평들로 인해 괴로워했다는 이야기가 이채롭다. 그가 프랜시스 코폴라를 제치고 <카바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고, <째즈클럽>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러 개의 아카데미상을 가져갔다는 걸 기억한다면, 그런 푸념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것은 아마도, 무대연출과 안무로 토니상을 7회나 수상한 그의 자존심이 상대적으로 배타적이었을 영화판을 허락하지 않은 탓일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