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첫 공개
2007-05-22
글 : 정재혁
온라인 프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일시 5월21일 월요일
장소 CGV 용산

이 영화

마코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 믿는 밝고 명랑한 소녀다. 성격도 활발해서 절친한 친구 치아키, 코스케와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항상 야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나이스(7월13일의 일어식 발음이 영어의 NICE와 비슷하다)한 날,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경험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고장난 브레이크로 전차에 부딪힌 마코토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불가역한 시간을 그대로 두고 마코토 자신이 과거로 돌아온 것. 이후 마코토는 타임리프를 즐기며 지각을 면하고, 곤란한 애정고백을 피한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시간을 건너온 소녀>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 극장판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 <원피스: 오마츠리 남작과 비밀의 섬>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했다.

100자평

어린이에게 시간이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사탕항아리다. 사춘기는 한번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 것들에 그리움을 느낄 때 시작된다. 내 곁을 스쳐가는 친구의 머리칼 냄새에 연연하게 될 때, 매일 툭닥대던 사내아이의 “사귀어볼래?”라는 갑작스런 한 마디를 못 들은 척 해놓곤 잠 못 이룰 때 성년은 유년을 밀어내며 다가온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어느 날 전력질주하면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씩씩하고 맑은 소녀 마코토를 통해 그 섭리를 매우 재미있고 아름답고 성숙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10대들의 몸짓과 정서에 대한 관찰이 절묘하고,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가운데 웃음과 깨달음을 한 품에 끌어안는 솜씨가 빼어나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바다가 들린다> <추억은 방울방울> <귀를 기울이면>에 반했던 관객이라면, 다시 한 번 행복해질 기회. 영화의 메시지대로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런 근사한 영화를 보는 일은 삶을 연장하는 방법의 하나다.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

마코토는 확실히 달린다. 자신의 속마음을 피하기 위해 달리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리고, 뒤늦은 후회를 되돌리며 달린다. 한국 제목의 ‘달리다’라는 동사는 아마도 주인공의 이런 힘차고 씩씩한 모습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하지만 원제의 동사(かける)는 ‘건너다’에 가깝다. 마코토는 그저 달리기보다 미래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미래로 건넌다. 그리고 이 의미는 또 다른 ‘かける인 그리다(描ける)’로 설명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타임리프란 소재를 이용해 주인공 청춘들의 새로운 ‘시간을 그린다’. 이과를 선택할지, 문과를 선택할지 결정 못하고 배회하는 청춘은 지나간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한다. 순간 정지된 이미지와 덩그렇게 남겨진 운동장이 여백의 아쉬움을 토하며, 그 여운이 정말 짠하다. 마코토가 오고 가며 다시 쓰는 하루의 에피소드는 어느새 정말 그림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돌아가려고 했는데, 어느새 여름이 되어버렸다”는 치아키의 대사. - 정재혁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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