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집>의 전준오
인간이 얼마나 공포에 시달리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아마도 전준오는 황정민이 이제껏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슬림하고 날카로운 인물일 것이다. 설정부터 스마트하고 지적인 보험회사 사정(司正) 담당 직원이라지만, 그의 우중충한 아우라는 단지 검은 뿔테 안경과 말끔한 옷차림 때문만은 아닌 듯. 자해공갈로 생명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는 박충배(강신일) 때문에 준오는 날마다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심증은 타살인데 물증은 없는 보험 연쇄 사망사건. 이를 파헤치려는 그의 눈빛은 <CSI>의 그리섬 반장보다 더 날카롭게 빛난다.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
대한민국 관객에게 가장 친숙한 황정민의 모습은 바로 이런 푸근한 표정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은하씨(전도연)” 때문에 행복해 죽겠다며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송아지의 탄생에 해맑은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이 남자. 90kg까지 찌운 푸짐한 몸매와 술 한잔 안 걸쳐도 금세 빨개지는 얼굴, 어눌한 말투가 사랑에 빠진 농촌 총각에 딱이다. 전준오가 인간미는 있으나 의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라면, 김석중은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100% 받아들이는 남자. 세상 모든 남자가 김석중만 같다면 뭘 더 바라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