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6년 연애해봐, 니 살도 내 살 같아
2007-07-10
글 : 김민경
사진 : 오계옥
박현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6년째 연애중> 촬영현장

“아, 대사 좀 외워!” 대사가 막힌 김하늘이 배시시 웃자 옆에 누운 윤계상이 타박을 준다. 더블베드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이 슬쩍슬쩍 몸을 부딪칠 때마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벼락처럼 쏟아졌다. 윤계상의 팔을 베고 대본을 읽던 김하늘은 “이런 장면을 너무 많이 찍어서 이젠 정말 아무 느낌도 없다”며 웃었다. 시놉시스에서 밝힌 대로 “이젠 만져도 니 살인지 내 살인지 분간도 안 가는” 아주 오래된 연인 역할이 이제 정말 몸에 밴 듯한 품새다.

<6년째 연애중>은 제목 그대로 “이별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어 계속 사귀는” 오래된 커플의 연애담이다. 김하늘이 맡은 다진은 일과 사랑 모두 욕심 많은 잘나가는 출판기획자, 윤계상이 맡은 재영은 센스있는 홈쇼핑 PD로 여전히 아이 같은 자유로움을 지닌 매력남이다. 스물아홉 동갑내기 커플로 출연하는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이 자기 또래의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는 각별한 경험이라고 한다.

이날 공개된 분량은 두 사람이 침대 위에서 툭탁거리며 오래된 커플들의 권태로운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 양수리종합촬영소에 마련된 재영의 방 세트에서 진행된 이날 촬영에서 다진은 특별한 성적 긴장감 없는 자신들의 관계에 불만을 털어놓고, 재영은 ‘우리가 눕는다고 꼭 섹스해야 하는 그런 내공이냐’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설정상 두 사람은 옆집에 사는 커플이다. “옆집에 사니, 뭐 밤낮을 안 가리겠죠? 생활을 공유하는, 섹스도 생활화돼 있는 그런 커플의 이야기다.” 실제로 장기간 연애를 해본 경험이 있다는 윤계상, 말투를 들으니 작품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어리지 않은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김하늘은 이 작품이 단순히 발랄한 로맨스가 되진 않을 거라고 덧붙인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연기와 굉장히 다르다. 스킨십과 눈빛 등 아주 세세한 부분에서 6년간 사귄 연인의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여간 여려운 게 아니다. 뽀얗고 예쁜 베드신은 기대도 말라. 아주 ‘생활’적인 베드신이다.” 피상적인 연애 대신 진솔한 연애담을 그리고 싶다는 <6년째 연애중>은 올해 11월경 공개될 예정이다.

박현진 감독

“하늘씨와 계상씨의 일상연기를 기대해주세요”

속닥속닥 사담 나누듯 배우들과 대화하는 이 깡마른 체구의 여성이 이번 영화로 장편상업영화에 데뷔하는 박현진 감독이다. 영상원 영화과 3기로 연출을 전공한 박현진 감독은 <6년째 연애중>의 시나리오 모니터링에 참여한 인연으로 우연찮게 연출까지 맡게 됐다. 실제로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영화에 많이 반영돼 있다고. “가까이 살기 때문에 부딪치는 시간이 많은 연인들이다. 거의 집에서만 만나면서 동거는 또 아닌, 그런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을 그릴 것이다.” 하도 데이트를 안 하는 커플이라 촬영도 주로 두 사람 집에서 이루어진다. 박현진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는 우디 앨런, 그리고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 치밀한 사건 전개보다도 내밀한 사적 공감을 건네는 한순간이 있는 영화가 좋다. 요즘은 <6년째 연애중>에 참고하기 위해 남녀가 등장하는 스크루볼코미디를 많이 보고 있다고. “하늘씨 나이가 서른인데, 한번도 제 나이 연기를 못해봤다고 하더라. 이번엔 여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시원시원하고 쿨한 면모를 선보일 것이다. 그게 하늘씨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고. 계상씨는 스스로 연기를 배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좀 의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내가 얘라면 어떨까’ 하고 연기한다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런 접근이 잘 맞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자연스런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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