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똥밟은 남자의 수난기
2007-07-17
사진 : 오계옥
글 : 정재혁
강론 감독의 <묘도야화> 촬영현장

일식집 주방장, 아니면 육군 장교? 벽에 걸린 사진들이 묘한 기운을 자아내는 양수리 세트장은 영화 <묘도야화>의 촬영이 한창이다. <이소룡을 찾아랏!>의 강론 감독이 6년 만에 메가폰을 든 이 영화는 동현(MC몽)과 지연(소이현)이 묘(墓)밖에 없는 섬 묘도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그 이상한 여행의 빌미를 제시하는 건 지연의 아버지(김희라)다. 벽에 걸린 사진이 알려주듯 이 아버지의 정체는 세계 온갖 곳을 돌아다닌…. 강론 감독은 김희라가 연기하는 아버지의 정체를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인물이라 정의한다. 지연의 집인 세트장의 장식들도 그런 아버지의 캐릭터를 알려주듯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으로 꾸며졌다. 멕시코와 일본의 전통 모자가 벽면을 덮고 있고, 중세시대의 철갑과 강남 앤티크숍의 축음기가 테이블 위를 장식한다.

이날 촬영장면은 지연의 집에 놀러온 동현이 갑작스레 출몰한 아버지와 만나는 대목. 사진 속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깨고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동현이 깜작 놀란다. <뚝방전설>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에 출연하는 MC몽은 드라마 <위대한 캣츠비>와 병행되는 촬영일정에도 “바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 가수할 때에도 하루에 부산, 대구 뛰어다녔으니까”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이 영화는 똥밟은 남자의 수난기”라 설명하는 강론 감독은 “우리가 보고 있는 인물과 사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얼마 전 투병생활에서 다시 영화현장으로 돌아온 김희라의 캐스팅에 대해선 “아직도 무섭다. 나도 마초고 김희라 선생님도 마초지만 우리는 잘 맞는 마초”라며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지연 역을 연기한 소이현은 “나만 멀쩡하다. 다른 역할들은 다 망가지는데 나만 아무렇지도 않아서 보는 재미로 촬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될 묘도에서의 촬영은 인천 승봉도에서 진행했으며, 영화에 등장할 등대는 외부와 1, 2층을 나누어 세개의 세트로 완성했다. 현재 90% 이상 촬영을 마쳤으며, 올 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장석진 미술팀장

“지연의 집 세트는 그녀 아버지의 삶을 담았다”

<묘도야화>의 주요 공간은 섬이지만, 주인공은 지연 집 세트다.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돌아다닌 지연의 아버지 캐릭터가 지연 집 인테리어에 그대로 묻어난다. 허진호 감독의 <행복>을 끝마치고 <묘도야화>의 미술팀으로 일하고 있는 장석진 팀장은 “지연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며 세트를 디자인했다”고. “수집가 기질이 다분하고, 모험적이며, 다이내믹한 삶”을 비주얼적인 요소로 구현하기 위해 “각지에서 수급한 소품들과 다양한 색감”을 사용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고급스러워면서 독특한” 느낌. 그가 이번 영화에서 만든 또 다른 세트 등대도 영화의 컨셉을 그대로 가져왔다. “묘도는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았기 때문에 외딴 곳의 느낌이 나야 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등대들을 조사하고, 또 조사해서 영화에 가장 맞는 것을 골랐다.” 그렇게 참조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글의 느낌이 나는” 묘도의 등대가 완성됐다. 장석진 팀장이 생각하는 좋은 미술은 “영화에 흡수된 느낌”. “<칠드런 오브 맨>의 모든 게 무너진 거리가 좋았다. 갑자기 나타나는 개의 모습도 훌륭했고”, “연출에 비해 너무 튀는 미술은 지양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현재 ‘창고 사람들’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림과 영화 사이에서 영화미술의 영역을 보고 꿈을 향해 몸을 던졌다. 양수리 세트는 물론 수많은 영화의 창고들을 자신의 꿈으로 꾸며갈 그의 앞날이 흥미진진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