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안와르 감독의 별명을 임의대로 짓자면 ‘슈렉’이 어울릴 것이다. 다소 험상궂으면서도 귀여운 미소가 슈렉을 닮기도 했지만 그의 영화가 어리석은 권력자들과 관습적인 영화에 매몰된 관객을 조롱하기 때문이다. 그의 2번째 장편영화인 <비밀>은 인간을 믿지 않는 경찰과 기면증을 앓고 있는 기자가 만나 정부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영화 속 인도네시아의 풍경은 매우 싸늘하다.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고, 거리 곳곳에서는 정부를 향한 데모가 일어난다. 조코 안와르 감독은 “지금 인도네시아의 정치인들은 비현실적인 망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미신을 중심으로 정치를 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 나라를 구해줄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고 있다. <비밀>은 이 모든 상황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만든 영화다.”
자카르타 포스트에서 5년간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던 조코 안와르는 지난 2005년 데뷔작인 <조니의 약속>을 내놓았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없었던 시기”에 만든 <조니의 약속>은 한 필름 배달부의 수난을 그린 발랄한 코미디였지만 공격지점을 정한 <비밀>은 제작 자체가 하나의 항거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고유의 문화를 담지 않은 영화에는 지원을 해주지 않는데다가 이전의 인도네시아영화들은 가벼운 코미디가 주류였기 때문이다. “2000년 총 제작편수가 3편이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43편이나 될 만큼 전체산업이 성장했지만, 이런 영화만 계속 나오면 관객이 떠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은 아예 관습적인 영화에 젖은 관객을 공격하는 이야기란다. <24프레임당 상처주기: 불면증에는 자위행위가 최고야>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한 영화감독이 가벼운 코미디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가슴 아픈 스토리로 고통을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가벼운 영화만 좋아했던 관객에게 벌을 준다는 의미다. (웃음)” 그의 미소가 슈렉처럼 득의양양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