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해리 포터를 찾아라!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개봉 첫주 1억4천만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조앤 K. 롤링의 시리즈 마지막 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출간을 눈앞에 둔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이른바 ‘넥스트 해리 포터’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작품들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셉티무스 힙>(Septimus Heap). 영국의 여성 작가 앤지 세이지의 판타지 소설인 이 작품은 강력한 마법사의 피를 물려받은 소년과 왕가의 혈통인 소녀가 출생시 운명이 뒤바뀌며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린다. 총 7권으로 예정된 시리즈 중 현재 <마직>(Magyk), <플라이트>(Flyte), <피직>(Physik) 3권이 출판된 상태다. 이미 미국에서만 100만부가 넘게 팔리고 28개 언어로 출간되는 등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두편의 <해리 포터> 영화를 남겨둔 워너브러더스가 미출간된 4권을 포함해 시리즈에 대한 판권을 재빠르게 구입해놓은 상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프로듀서 카렌 로젠펠트가 원작자 앤지 세이지와 함께 제작을 맡을 예정이다.
물론 ‘넥스트 해리 포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워너만이 아니다. 경쟁에 뛰어든 주자들 중 랠리티비티 미디어는 <터널>(Tunnels)을 선택했다. 역시나 <해리 포터>를 연상시키는 아동 판타지 소설인 <터널>은 연금술사인 아버지를 찾아 터널로 들어간 소년이 감추어진 마법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 본래 로더릭 고든과 브라이언 윌리엄스라는 영국의 무명 작가 콤비의 자비 출판으로 등장한 <터널>은 조앤 K. 롤링을 발굴한 출판업자 배리 커닝엄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재 재출판을 앞두고 있고, 영국에서 이미 선판매로만 1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상태다. <랜드 오브 데드> <300>의 프로듀서로 호흡을 맞췄던 라이언 캐너비와 마크 캔턴이 다시 한번 공동 제작을 맡을 계획이다. 그 밖에도 이십세기 폭스는 마법사의 임무를 부여받고 평행 우주로 떠난 소년의 이야기인 <더 심스>(The Seems)의 판권을 구입해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숀 레비를 연출자로 영입해놓은 상태고, <해리 포터> 시리즈 1, 2편의 연출자인 크리스 콜럼버스 역시 마법의 땅으로 여행을 떠난 소년의 이야기인 <라이트닝 시프>(Lightning Thief)의 영화화를 결정했다.
‘소년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엇비슷한 이야기들에 앞다투어 러브콜을 보내는 할리우드의 움직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물론 존재한다.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들이 유사한 소재와 이야기를 재탕하고 있는 듯한 인상도 강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은 사실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조앤 K. 롤링 개인의 드라마틱한 사연, 비밀주의를 내세운 마케팅 전략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ABC 뉴스>는 최근 대다수의 출판 관계자들로부터 ‘제2의 해리 포터가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얻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