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고양이를 부탁해> 배우 이은실 이은주
2001-10-24
글 : 최수임
사진 : 이혜정
“쌍둥이 나오는 영화엔 다 나왔어요”

“잠깐만! 보자 너 어떻게 했어? 아, 그렇게?” 쌍둥이 배우의 사진촬영은 연신 거울 아닌 거울 보기다.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짧게 짧게 말로 표정과 포즈를 맞추다가, 왠지 똑같지 않은 것 같으면 서로 얼굴을 보고 표정을 고치는 모습. “아, 이번엔 뭐 할까, 그래, 우리 잘하는 거. 이거 이거!” “저기 빨간 의자, 저기 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혼자라면 속으로 생각할 것들이 대화로 외화돼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일심동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은실과 이은주. 이들이 바로 <고양이를 부탁해>의 화교 쌍둥이 비류(이은실)와 온조(이은주), 생뚱맞은 대사로 영화에 웃음을 입히던 자매다. 혜주(이요원)이 새옷을 입고 패션모델처럼 빙그르 돌자, 무심코 내뱉는 말이 “돌 필요까지야.” “요원이 언니가 하도 많이 돌길래 했던” 애드립이라는데, 그 말은 <고양이를 부탁해> 내내 가장 사람들을 많이 웃기는 말이 돼버렸다. TV에서 동물 다큐멘타리를 보며 천연덕스럽게 던지는 “나중에 먹을 것 없으면 나 잡아먹어”는 엽기개그 그 이상이다.

은실이와 은주는 일명 ‘오디션 시스터즈’였다. 외할머니의 끼를 내려받아 개그감각을 타고난 이들은, 재미삼아 취미삼아 각종 스타뽑기 오디션에 출전을 해왔더랬다. 이들의 취미생활은 그러나 장난이 아니었다. 서로간에는 질투가 전무한 이들은, 남들에게는 질투가 유별나, 오디션장에 모여 있는 ‘응시자 군상’을 보는 순간 승부욕에 몸달곤 했다고. 어쩌다 상을 못 받는 날엔 집에 돌아와 둘이 부둥켜안고 펑펑 울기까지 했다니 이들의 성정이 짐작될 만도 하다. 어쨌거나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도 그런 오디션에서 난 자자한 소문 때문이었다. 오디션엘 나가기 시작하고 얼마 뒤 하나씩 둘씩 CF가 들어왔고 이어서 <칭찬합시다> PD가 연락을 해오더니, 이정재한테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으러 오는 쌍둥이 역을 따내 <순애보>로 영화데뷔도 했다. 그리곤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제법 큰 역인 비류와 온조를 맡은 것이다. 아직 2편밖에 안 했지만, 이들은 “쌍둥이 나오는 영화엔 다 나왔어요”라고 말한다. 정색을 하고.

아무도 몰랐을 거다. <고양이를 부탁해>를 찍을 때 이들이 얼마나 질투심에 속앓이를 했었는지. 대범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의외로 소심한 성격”인 이들은 “감독님이 두나 언니를 더 예뻐하는 것 같으면” 말도 안 하고 삐져 있었고, 한명이 그러면 다른 한명은 사연은 몰라도 그냥 똑같이 삐져버렸다. 그런 게 바로 ‘은실은주식 엽기’. 이들의 엽기는 역사가 길어, 몸무게 38Kg이었던 어머니에게서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뻔했던 시절도 잠시, 곧 일부러 문 놔두고 담 넘어 학교로 들어가는 등 대성장했고, 이들의 어머니는 “건강해서 고맙지만, 나 아니면 니들 못 키운다”고 기쁨의 탄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정재은 감독과의 첫 대면에서도 “대본 같은 거 던져버리고 너희들 하던 대로 놀아봐라” 했더니 정말 대본을 바닥에 내던져버렸다는 엽기 자매. 마지막으로 ‘받아주는’ 성격의 6분 차이나는 언니 은실과 ‘받아달라는’ 성격의 동생 은주에 대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으니, <고양이를 부탁해> 출연 이후 항간에 돌았던, 이들이 정말 화교이고 심지어 영화 속 인물설정처럼 샴 쌍둥이로 태어났다는 소문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점이다. 대학 1년생인 이들은 요즘 처음으로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고, 앞으로 꿈은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로 만든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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