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조제 가라사대 “결국 인생은 희극이에요”
2007-07-31
정리 : 정재혁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차수연은 ‘조제 세대’다. 200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돼 20대 관객에게 높은 지지를 받은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80년대생, 그중에도 특히 여자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삶과 사랑에 정직한 조제의 모습이 한국의 젊은 관객과 통했고, 지금도 많은 20대 관객이 ‘내 인생의 영화’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 꼽는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인 <별빛 속으로>의 차수연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며 영화를 시작한 배우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작품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수연 역을 조제를 참고하여 연기했다. “지도교수님이 수연 역이 조제와 비슷하다며, 참조하라고 하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봤어요. 이케와키 지즈루의 연기도 처음이었는데 무척 좋은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5년 뒤, 차수연은 드라마 <알게 될 거야>, OCN TV무비 <코마> 등을 통해 CF모델에서 배우로 한 걸음 내디뎠고, 조제의 이케와키 지즈루는 그동안에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관객을 찾았다. 국내에선 <금발의 초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리고 이번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 리턴즈 상영작인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정도가 그녀를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조제의 안부를 묻기엔 오히려 적당한 템포 같아 보인다.

그리고 7월14일, 이케와키 지즈루가 <스트로크베리 쇼트케이크>의 홍보차 한국에 왔다.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수많은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인터뷰의 질문자로 차수연이 나섰다. 매일 지면을 메워야 하는 기자보다 ‘조제 세대’가 묻는 질문들이 새롭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차수연은 처음 보는 조제의 모습이 신기하고 부끄러웠던지 질문을 잘 이어가진 못했지만, 작고 단아한 모습의 이케와키는 질문보다 더 풍부한 답변을 환한 미소로 들려줬다. 듬성듬성 이어진 이날의 인터뷰가 조제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풀어주진 못했다고 해도, 아쉬울 건 없다. 조제의 매력은 항상 어느 정도의 궁금증 속에서, 이케와키 지즈루의 비밀은 항상 다음 작품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곤 했으니까.

차수연: 무척 어려 보이네요.

이케와키 지즈루: 그런 말 정말 많이 들어요.

차수연: 한국엔 언제 들어왔나요? (조성규 대표가 옆에서 “그건 나도 안다, 어제 왔다”라고 하자)

이케와키 지즈루: 왜 중간에 대답해요? (웃음) 어제 왔는데, 이병헌씨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하네다 공항에 아줌마들이 많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뭐가 오나, 생각하고 있는데 뵨사마라고 하더라고요. 일본 아줌마들은 한국 스타를 무척 좋아하니까. 먼저 비행기에 탔는데, 계속 뒤쪽에 앉아 있었어요.

차수연: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이케와키 지즈루: 두 번째예요. 전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특별상영해서 스폰지의 초대를 받아 1박2일로 왔었어요. 지금이 그때보다 살이 좀 쪘어요.

차수연: 성격이 밝은 것 같아요.

이케와키 지즈루: 네, 밝아요. 인생은 희극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인생을 숏컷으로 보고 비극이라고 하지만, 저는 인생은 결국 희극이라 생각해요.

차수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무척 재밌게 봤는데 연기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특별히 있진 않았어요. 장면으로 말하자면 역시 떨어지는 장면. 의자에서 떨어지는 게 아프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그분들은 정말 호쾌하게 떨어지세요. 아, 미안해요. (테이블 아래로 차수연과 발이 자꾸 닿자)

차수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사랑은 장애를 가진 사랑이잖아요. 어떻게 생각했어요?

이케와키 지즈루: 작품에서는 다른 사랑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봤어요. 조제가 자기중심적이고 다리에 장애가 있긴 하지만 그냥 이성에 끌리는 평범한 사랑을 한 거라고 생각했죠. 좋아지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요.

차수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당신을 상정하고 시작된 기획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기분은 어땠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기뻤어요. 소설을 읽고 무척 재밌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까지 나한테 맡겨준 역할과는 다른 어른스럽고, 어려운 역이라 더 고마웠어요.

차수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본인의 연기에 어떤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나보다는 이누도 잇신 감독님이나 쓰마부키 사토시, 각본가인 와타나베 아야에게 더 분기점이 됐던 것 같아요. 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전까지는 청순한 역 위주로 작품이 들어와서 역할의 폭이 좁았어요. 하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후엔 그 폭이 좀 넓어진 것 같아요. 또 저는 지금까지 좋아하는 작품만 골라서 해왔는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역시 제가 좋아서 선택한 작품이고 모두가 좋아해줘서 무척 행복했어요.

차수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금발의 초원>까지 이누도 잇신 감독과 두 작품을 했어요. 이누도 감독은 현장에서 어떤가요?

이케와키 지즈루: 애매한 사람이에요. (웃음) 애매하지만 어떻게 보면 또 정확해요.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요.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까 감독님 옆에서 고민하고 있으면, ‘아까 한 것처럼 해봐, 아닌가’ 하고 그냥 가버리세요. 배우를 혼란시키는 타입이죠. (웃음) 하지만 아마 배우에 따라 감독님의 방식도 변할 거예요.

차수연: 두 작품을 함께하면 신뢰가 쌓일 것 같아요.

이케와키 지즈루: 두 작품 말고도 이전에 했던 영화는 이누도 감독님이 각본을 쓰셨어요. CF에서도 같이 일한 적이 있고요. 이누도 감독님과 함께 있으면 무서울 정도로 간파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거, 무섭죠?

차수연: 그만큼 친한가요?

이케와키 지즈루: 친하기도 해요. 다른 감독님들과는 일정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데, 이누도 감독님과는 이상할 정도로 거리가 없어요.

차수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의 야자키 히토시 감독님은 연기를 당신보고 알아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들었어요.

이케와키 지즈루: 저한테 한해서는 그랬어요. 나카고시 노리코(치히로 역)에게는 지시를 많이 했죠. 감독님이랑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는데 신뢰를 주셨어요. 이케와키, 마음대로 해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지시를 해주시는 것과 그냥 맡겨주시는 거 어느 쪽도 상관은 없는데 제가 상담을 할 때는 확실히 말씀해주시는 감독님이 감사해요.

차수연: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는 4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잖아요.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또 애처롭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애처롭다고 생각한 건 아키요예요. 아키요 대사 중에 ‘즐기며 산다는 게 중요한가요?’라는 게 있어요. 저는 이게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걸 모르나, 불쌍해요.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4명의 여자는 다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세계의 모든 여자는 이 4명이 가진 요소를 어느 부분이든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치히로의 끈질기고, 보기 흉하지만 남자에게 차여도 자신의 기분을 가득 담아 전하는 모습도 이해가 됐고,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프라이드와 압박을 갖고 혼자 싸워나가는 도코의 모습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제가 연기한 사토코는 한 단계를 뛰어넘어 지금은 좀 편안하게 살고 있는 여자였고. 다만 4명 중에서 가장 모성을 느낀 역할은 치히로예요. 치히로는 자기중심적이고, 머릿속엔 남자밖에 없어서 여자들이 보기엔 싫어할 수도 있지만, 가장 인간적인 방식의 삶을 살고 있어요.

차수연: 사토코는 매춘을 중개해주는 전화 아르바이트를 하잖아요. 실제로 그쪽 사람들을 만났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한번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죠. 정말로 그쪽 분들은 아우라가 달라요. (웃음) 아키요도 지지는 않았지만(웃음), 그분들은 정말 에로틱해요. 거기서 꽤 인기가 많은 여자분을 만났는데 발산하는 여자의 아우라가 다르더라고요. (웃음)

차수연: 사토코는 헤어질 때 남자한테 매달리잖아요. 그 남자 없이는 죽을 것 같다고, 하지만 계속 잘 살아요. 그런 사랑과 삶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어요?

이케와키 지즈루: 이해돼요. 너무 좋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이 사람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다고 하죠.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랑 헤어져도 절대로 죽진 않아요. (웃음) 그 정도의 사랑을 해보진 않았지만, 그 모습이나 마음은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차수연: 영화에서 머리를 잘랐어요. 이유가 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원작에서는 도코가 짧은 머리예요. 사토코는 땋은 머리고요. 모두가 다 긴 머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사토코의 보이시한 느낌이 나오기도 원했고요. 그래서 제가 자르겠습니다, 라고 했죠. 이 영화를 외국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차수연: 영화의 마지막에 4명이 바다에 모이잖아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4명이 만나지는 않아요. 그림을 발견하고 달려가는 둘과 나머지 둘이 따로 있죠. 하지만 그 순간 네명의 여자가 서로의 바람을 받아서 영향을 받게 됐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위를 볼 수 있게 됐달까.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언해피(Un-happy)는 아니에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차수연: 영화는 네명의 여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하지만 공통된 건 고독과 외로움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도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저도 느껴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는 안심감은 있지만 역시 혼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현장에 가면 모두에게 도움을 받지만 역시 일이란 나 혼자서 해야 하는 거예요. 16살 때부터 혼자 살고 있기도 하고요.

차수연: 외롭겠어요. 혼자 살면 집에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사람이 없고, 불이 꺼져 있어서 많이 외롭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케와키 지즈루: 맞아요. ‘다녀왔습니다’라고 해도 ‘어서 와’가 없어요. 밤이나 겨울에도 쓸쓸하고요. 하지만 저는 도쿄에 나와 살면서 고양이를 키워요. 제가 문을 열려고 열쇠를 꺼내면 벌써 야옹, 하고 굴러서 나와요. (실제로 눈으로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불을 켜면 눈을 빠끔빠끔하고요. (웃음)

차수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금발의 초원>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를 봤는데 다 다른 역할들이잖아요. 가장 자신의 성격과 가깝다고 생각한 역할은 뭔가요?

이케와키 지즈루: 글쎄요, 조제와 사토코를 합친 걸까요? 조제의 세상을 통달한 느낌, 앞일을 예상하고 있는 느낌과 사토코의 자립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느낌을 합치면 저와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차수연: 데뷔는 언제 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11년 전이요. 중학교 3학년 때예요. CF로 데뷔해서 영화를 찍었죠. 벌써 11년째라 중견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제가 처음 출연한 CF가 너무 유명해서 아직도 그 인상이 강하대요. 제가 술을 마시면 모두 놀라거든요.

차수연: 술 못 마실 것 같아요.

이케와키 지즈루: 지금 일본에선 술 CF에 출연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CF을 본 사람들이 저 10대 여자는 누구냐, 고 한대요. 그러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이케와키 지즈루라고 나오니까, 그애가 저렇게나 컸어? 라고. (웃음)

차수연: 처음 출연했던 CF가 어떤 거였는데요?

이케와키 지즈루: 부동산 광고였어요. 엄마, 아빠, 나, 여동생이 있고, 저랑 여동생이 점점 자라니까 더 큰 집으로 이사가려 한다는 설정이에요. 마지막 카피가 ‘우리의 꿈을 비싸게 팔아주세요’라는 좀 충격적이고 현실적인 말이었어요.

차수연: 그럼 연기를 하려고 CF를 찍은 거예요?

이케와키 지즈루: 네. <미쓰이의 리하우스>라는 TV 공개 오디션이 있어요. 거기에 뽑히면 ‘리하우스 걸’이라고 부르는데, 제가 8대 리하우스 걸이에요. 제가 친구한테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친구가 대신 응모해줬어요. 원래 연기가 하고 싶어서 이쪽 일을 하고 있는 거라 가수 제의가 들어와도 다 거절해요.

차수연: 당신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크린과 실제의 느낌이 많이 달라요.

이케와키 지즈루: 그래요? 어떤 부분이 그렇지? 말을 하면 쾌활한 면이 들킨다는 점? 전 잘 모르겠어요. (웃음)

차수연: 쉬는 날에는 뭘하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꽤 인도어(Indoor)라서 집에서 빈둥거리고, 밥 만들어 먹고, 고양이 돌보고, 가끔 영화관에 가요.

차수연: 영화는 어떤 걸 좋아하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가리지 않고 보는데, 그날 기분에 따라 어두운 걸 보고 싶지 않다거나, 뭐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엔 바빠서 영화관에 가지 못했는데, 아, 최근에 기분을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를 보러 갔어요. 재미없었지만요. (웃음)

차수연: 아, 그래요? 다들 재밌다고 하던데.

이케와키 지즈루: 전 1, 2편이 더 좋았어요. 그리고는 가끔씩 TV에서 하는 영화를 보는 정도예요. 얼마 전에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하기에 봤어요. 역시 멋지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고양이 역할로 목소리 연기한 적이 있어요. 목소리가 특이해서 애니메이션에 잘 맞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최근에도 <피아노의 숲>이란 애니메이션에서 조역을 연기했거든요.

차수연: 일본에선 배우들이 애니메이션에 목소리 출연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케와키: 성우들의 전문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를 애니메이션에 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요즘엔 꽤 있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특이한 영화로 <나이스의 숲>에도 출연했어요. 무척 재밌는 영화였는데, 상당히 바보 같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만든 영화예요. (웃음) 일본에 가본 적은 있나요?

차수연: 모델 일을 하면서 두번 갔었어요. 하라주쿠쪽으로. 자주 가는 곳이 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하라주쿠는 하이틴 느낌의 거리예요. 저는 니코타마에 잘 가요. 니코타마는 젊은 사람들이 잘 안 오고, 굳이 이야기하면 젊은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에요. 백화점이 많아서. 사람이 붐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조금 기분이 차분해지는 곳을 좋아해요.

차수연: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아요. 많이 알아보지 않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그렇진 않아요. 말을 하면 그제야 목소리로 알아보는 정도예요. 목소리가 특이하니까 어디에 있어도 들켜요. (웃음)

차수연: 여행은 좋아해요?

이케와키 지즈루: 갈 수가 없어요. 1년에 한번 집에 가는 정도? 작품에 들어가면 몰두하는 편이라 하루 이틀 쉴 수 있다고 해도 중간에 어딜 가지 못해요. 그냥 집에 있어요. 해외여행은 2년 전에 한국 온 뒤로 지금 다시 온 것. 그전에 뉴욕에 유학간 적이 있어요. (옆에서 매니저가 해외여행한 적 있다고 하자) 아, 갔었네. 뉴욕에 갔었어요. (웃음) 3년 전에 뉴욕으로 유학갔고, 2년 전에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 회사 사원연수를 갔어요. 전 사원은 아니지만 그냥 따라갔어요. (웃음)

차수연: 혼자 간 적은 없어요?

이케와키 지즈루: 없네요. 유학갔을 때 정도. 해외 가면 돈도 들고, 시간도 필요하고. 아무래도 연기를 하다 보면 장기적인 휴가는 힘든 것 같아요.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을 좋아하니까.

차수연: 요리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이케와키 지즈루: <천재의 요리사>라는 드라마를 하면서 1주일간 특훈을 받았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요리사세요. 된장국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하는 정도예요. 수연씨는 어때요?

차수연: 저는 하면 하겠는데 취미는 아닌 것 같아요. 먹는 건 좋아하지만요. (웃음)

이케와키 지즈루: 예전에 뉴욕에 갔을 때는 코리아타운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부침개를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가서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일본에 돌아와서도 요리책을 사서 불고기나 부침개를 만들어보기도 했어요.

차수연: 한국의 자극적인 음식에 거부반응이 없나봐요.

이케와키 지즈루: 네, 없어요. 촬영하러 해외를 가도 음식과 위생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음식이 제 입에 맞으니까 좋아요. 위생적으로도 화장실이나 레스토랑이 더러우면 가기 싫은데, 한국은 괜찮아요. 일본인들은 청결을 너무 중요시해서 어떨 때는 신경질적이기도 한데,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얼마 전에 케냐에 일을 하러 가면서는 예방주사를 엄청 맞았어요. 병 걸릴 걱정이 되니까.

차수연: 저는 <별빛 속에서>가 장편영화는 처음이라 긴장되고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어요. 당신은 처음에 연기할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연기라고 할 것도 없이 저는 어떻게든 대사는 잊지 말자고 했어요. 대사를 잊어버리면 다른 스탭이나 연기자들께 큰 폐를 끼치니까. 신인이 연기가 잘 안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라고 생각했죠.

차수연: 저에게 연기자로서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케와키 지즈루: 에? 저한테 그렇게 대단한 게 없어요. (웃음) 수연씨는 아름답고, 앞으로 좋은 스탭과 함께하면서 잘할 거라 생각해요. 그냥 주변 사람에 대한 감사와 즐겁게 일한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는 모두의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또 저는 ‘열심히 하자’(간바레)는 말을 싫어하는데, 연기자는 프로니까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거예요. 자신이 즐기면서 주변에 감사하고, 주변 상황이 복잡하더라도 비난하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을 빼고 한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수연씨는 이미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차수연: 연기에 대해서라면?

이케와키 지즈루: 연기를 한다는 거, 역할을 연기한다는 건 이케와키라는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작품의 다른 인격을 빌려서 그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차수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뭔가요?

이케와키 지즈루: 마음에 다가오는가, 오지 않는가, 재밌는가, 재밌지 않은가.

차수연: 마음에 와도 하기에 두려운 역할도 있을 것 같아요. 두려운 게 있을 거 같은데?

이케와키 지즈루: 네, 있어요. 그럼 여러 가지를 생각해요. 앞으로의 일, 지난 일. 신뢰할 수 있는 스탭들이 있으니까 상담도 하고요. 최종적으로는 제가 결정하죠. 저는 모든 작품은 기획서나 시나리오를 보고 스스로 결정해요. 무섭다고 해도, 어쩌면 그건 당연한 거예요.

차수연: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이케와키 지즈루: 모두 다 하고 싶어요. 꽤 자주 받는 질문인데 역시 어려운 질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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