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저주받은 프로젝트였던 것일까. 주연배우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 교도라는 이유로 독일 정부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의 수모를 겪었던 브라이언 싱어의 신작 <발키리>가 또 다른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8월19일 현장에서 일어난 자동차 사고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군사트럭이 코너를 돌면서 옆난간이 분리됐고, 차 안에 있던 독일군 엑스트라 11명이 튕겨져나간 것이다. <발키리>는 2차대전 당시 히틀러 암살을 시도했던 실존인물, 독일군 육군대령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를 다룬 영화.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는 “대부분은 경미한 자상과 타박상을 치료한 뒤 귀가했으며, 한명만이 상태를 지켜보기 위해 하룻밤 동안 병원에 머물렀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가디언> 등은 “엑스트라 중 한명은 등에 중상을 입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비롯하여 톰 크루즈 등 주연배우들은 사고 현장에 없었으며, “촬영 스케줄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을 예정”. 그러나 사고를 당한 엑스트라들은 변호사를 통해 “조속한 보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생명과 안전에 대한 비인간적인 무관심”을 이유로 제작사를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키리> 제작진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벤들러블록’에서의 촬영 허가를 아직도 받지 못한 상태. 벤들러블록은 슈타우펜베르크가 암살 시도 실패 뒤 처형된 장소로,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장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일 뿐, 배우의 종교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나치로 분장한 수백명의 엑스트라가 활보하고, “하일, 히틀러!”가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등 베를린 시내에 나치시대를 재현한 것에 대한 베를린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간다는 소식도 있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발키리>에 찍힌 ‘비호감 프로젝트’의 낙인이 웬만해선 지워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