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24일 오후 2시
장소 대한극장
이영화
여고생 지혜(박하선)는 시험을 치르던 도중 첫사랑을 만나러 갔다는 남자친구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지혜의 남자친구는 다름아닌 할아버지 최호(하명중). 자신을 친구처럼 대할 정도로 각별한 정을 쏟는 할아버지에게 축하 문자를 보낸 지혜는, 얼마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한시간 후면 폭파될 구파발 지역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무단으로 들어간 것이다. 노년의 작가 최호는 무슨 일로 세상에서 곧 자취를 감출 동네에 찾아든 것일까. 그가 품에 꼭 안은 작은 보따리에는 무엇이 든 것일까. 뉴스를 들은 뒤 구파발로 달려가는 손녀의 다급한 발걸음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의 자취를 어루만지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겹치면서 영화는 자식 셋을 키웠지만 홀로 남은 여인 이영희(한혜숙)의 잊혀진 삶을 불러들인다.
100자평
연기와 연출을 겸하며 1970, 80년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하명중 감독이 <혼자도는 바람개비>(1990) 이후 17년만에 만든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최인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머리가 하얗게 변한 늙은 아들이 자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었으나 정작 자신은 누구에게도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어머니를 추억한다는 줄거리다. 특이한 소재나 특별한 사건이 없는 탓에 언뜻 보면 시대착오적인 영화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가 시대착오적이 아니라 시대가 착오적이라며, 우리의 근원과 뿌리가 무엇인지 한번쯤 되돌아보자고 말을 건넨다. 머리가 하얗게 센 아들이 어머니의 이름을 온전히 되돌려주기 위해 기억을 짜내는 장면들이 억지스럽지 않은 건 누구나 죽지 않는 어머니를 가슴에 갖고 있기 때문 아닐까. 30년 넘는 세월을 얼굴에 촘촘히 새기는 한혜숙과 하명중 감독의 아들이기도 한 탓에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하상원의 연기 또한 담백하다. 세련되고 깔끔한 뒷맛은 없지만 진심을 넣어 만든 투박한 수제품 같은 영화.
이영진/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