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괴상한 작가의 발견 <대일본인>
2007-10-06
글 : 김도훈

대일본인 Dai nipponjin
마츠모토 히토시 | 2007년 | 113분 | 35mm | 일본 | 미드나잇패션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코미디 영화. 주인공 다이사토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소극적인 중년의 일본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비밀이 한가지 있으니, 다이사토는 사실 전기 충전을 받으면 거대한 몸집으로 팽창해서 괴수들과 싸우는 6대째 히어로 ‘대일본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인들은 그가 도로를 부수고 동네를 시끄럽게 만드는 골치 아픈 존재라며 무시하고 경멸한다. 영화 <대일본인>은 다이사토의 일상을 따라가는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시작하지만 동경 한복판에 괴수가 등장하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는 특수효과를 곁들인 일본 특유의 특촬물로 변신한다. 게다가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타고 흐르던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관객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유머를 저만치 뛰어넘어 버린다. 기타노 다케시의 <모두 하고 있습니까>가 연상되지만 만듦새는 훨씬 부드럽다.

"영화속에서 주인공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뿐이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바를 경영하는 마담밖에 없지 않나. 그게 일본이다. 아무도 아무것도 바꾸려들지 않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마츠모토 히토시가 시시껄렁한 만담이나 나누기 위해 영화에 손댄 것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는 첫번째 장편 연출작을 통해 일본 사회의 내부적 문제를 놀랄 만큼 경멸적인 어조로 조롱하는데 근사한 성공을 거둬냈다. <대일본인>은 일본이라는 국가, 특촬물의 장르적 전통, 현대 미디어 문화에 대한 총괄적인 패러디인 동시에 마츠모토 히토시라는 괴상한 작가의 발견이다. 우리는 제2의 기타노 다케시를 발견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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