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대일본인>으로 감독 데뷔한 일본 코미디언 마쓰모토 히토시
2007-10-09
글 : 이다혜
그 상상력 흉포하다

<대일본인>을 연출한 마쓰모토 히토시는 일본의 유명한 개그맨이다. 그의 이름이 걸린 TV방송 DVD가 출시되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1, 2위를 다투는 판매율을 보이고, 마쓰모토 히토시가 돈을 쓰지 않아 일본 경제가 안 돌아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가 쓴 에세이집 <유서>와 그 속편에 해당하는 <마쓰모토>는 도합 500만부 가량의 판매고를 올려,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상·하권 판매부수와 필적한다. 그는 개그 콤비 ‘다운타운’의 멤버로, 콤비인 하마다 마사토시와 매주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만 해도 음악프로 <헤이헤이헤이>, 토크프로 <다운타운DX>, 코미디프로 <링컨> <가키노쓰카이>의 4개와 라디오 프로그램 <마쓰모토 히토시의 방송실>이 있다. 여기에 <마쓰모토 히토시의 스베라나이하나시>와 같은 비정규 방송까지 셈에 넣으면 거의 매일같이 그의 얼굴이 TV에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제일의 인기 코미디언

1963년생인 마쓰모토 히토시는 개그의 전통이 강한 일본 간사이 지역 출신이다. 11살 때 처음으로 만담 콤비를 결성해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만담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쇄공장 입사를 앞둔 그를 지금의 콤비이자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었던 하마다 마사토시가 설득해 일본 최대의 개그맨 소속사인 요시모토 흥업의 개그맨 양성소 NSC에 들어간 이후 두 사람은 같이 활동해오고 있다. 이전까지 일본 개그계는 스승 밑에 들어가 수업을 받으며 잡일을 하는 등 엄격한 도제 시스템을 거쳤다. 하지만 NSC 1기인 ‘다운타운’은 ‘스승없는 세대’로 불리면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 1982년 결성 이후 끝없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개그계에서 마쓰모토 히토시는 ‘천재’로 불리는 일이 잦은데, 콤비를 이루어 활동한다고 해도 개그를 이끌어내는 ‘보케’ 역을 그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마쓰모토 히토시가 구사하는 돌발적인(일본에서는 초현실적이라고 평가받는다)인 네타는 이후 만담의 스타일을 거의 다 다운타운의 복제판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운타운 이전의 일본 만담은 빠른 템포가 특징이었는데, 이들은 처음으로 느린 만담을 시작했다. 현재는 만담보다는 대본없이 진행하는 프리토크로 더 유명하다. 일본의 아이돌그룹 SMAP의 리더인 나카이 마사히로와 함께 <전설의 교사>라는 드라마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TV에서 콩트를 만들 수 있으니까 영화는 찍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던 마쓰모토 히토시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인 뉴스였다. TV에서 콩트가 사실상 죽어버린 데 대한, 시청자와 방송사를 향한 일종의 원망이 <대일본인>에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도 시청률은 주요한 이야깃거리의 하나로, 영화는 그 자체로 일본 오와라이(개그)에 대한 거대한 풍자극으로 완성되었다. 스스로 ‘개그의 선교사’를 자칭하는 그다운 영화다.

재밌는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영화

<대일본인> 제작이 최초 추진된 것은 5년 전이었지만, 지난 5월 칸영화제 상영까지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은 비밀에 붙여졌다. 마쓰모토 히토시의 소속사인 요시모토흥업에서 10억엔 정도의 예산을 들였다는 것, 사계절을 담기 위해 8개월 정도의 오랜 기간 동안 촬영했다는 것, 영웅물이라는 게 알려진 것의 전부였다. 결과적으로 <대일본인>은 “재미있으면 뭐든지 좋아”라는 그의 생각이 담긴 영화가 되었는데, 그 ‘재미있음’에 대한 관객의 반응을 보고 앞으로 감독으로의 전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 같은 인상도 있다. “뭐,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영화가 될까, 나도 보고 싶었으니까.” 영화이어야 한다기보다는 영화건 TV건 상관없지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매체를 찾아간다는. 칸영화제에서의 <대일본인> 기자회견 때, “캐릭터는 특별한 재능이 있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당신 자신을 투영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마쓰모토 히토시는 “그렇다. 그게 나다. 피곤하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일본 내에서 상영을 마친 지금, 그 피로감이 어떤 방식으로 ‘다음’을 기약할지는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마쓰모토 히토시에게서 기타노 다케시를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알기 쉽고 수준이 높은 웃음”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영화 역시 그 일부로 자리매김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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