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인 장르영화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가장 이상적으로 스크린으로 옮겨왔던 프랭크 다라본트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력 발휘를 했다. 그는 몬스터 영화로서는 저예산인 1,700만달러로 놀라운 결과물을 토해냈다. 호러와 드라마의 이상적 결합을 추구한 <미스트>는 서스펜스와 공포, 그리고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능숙하게 결합시켰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할리우드 영화답지 않은 우울한 엔딩이 주는 강렬함이다.
김종철/ 익스트림무비(extmovie.com) 편집장
<미스트>는 보는 이의 엄청난 에너지를 요하는 영화이다. 안개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의 모습, 평소의 감정이 반목으로 불거지는 양상, 그 와중의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부르짖는 사람 등등.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욱 크고 사람들의 불안과 불신은 커져가는 그 상황만으로도 너무 훌륭한 재난영화이다. (제목도 '미스트'이니, 이런 긴장을 공포의 소재로 삼은 영화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미지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고, 종말론이 세(勢)를 얻는 점입가경의 상황이 벌어진다. 보는 것 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지는 '미지의 존재'들과 육탄전이 벌어지면서 관객의 정신적 피로는 극에 달하고, 마침내 재난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관객은 정신적 허탈에 빠진다. 주인공이 광신의 아수라장을 빠져나와 굉음이 들리는 안개속에서 마지막 선택을 할 때, 관객은 그들의 선택에 수긍할 만큼 이미 충분히 지쳐있다. 그런데...안개 속에서 굉음의 실체가 드러나는 라스트 신은 관객을 주인공과 똑같은 공황상태로 내몬다. <나는 전설이다> 가 종말론을 전제로 깔면서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 <! 미스트> 는 기독교의 위안마져 버린다 (기독교 전통이 바탕이 된 서구사회에서 드문 일이지 않은가?) 신을 믿을 수도 안믿을 수도 없는 그 한계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수 있었을까 고심하면...후덜덜 그 재난을 재경험하는 끔찍한 가위눌림에 시달린다.
황진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