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17일(목) 오후 2시
장소 용산CGV
이 영화
발소리만 듣고, 눈빛만 봐도 모든 것이 통하는 출판기획자 다진(김하늘)과 홈쇼핑 PD 재영(윤계상)은 어느덧 6년째 연애중인 커플이다. 베란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옆집에 살며 거의 동거하듯 지내는 그들은,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익숙한 커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재영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지은(차현정)과 깊은 사이로 발전하고, 다진 역시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던 북 디자이너 진성(신성록)과 가까워진다. 그렇게 서른을 앞두고 점차 소원해지고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던 두 사람은 종종 큰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각각 지은과 진성에게 끌리게 된다.
말말말
“처음 만난 윤계상과 6년간 연애한 익숙한 관계를 연기해야 되서 부담이 컸다. 서로 편해지기 위해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을 모아놓고 말 놓는 연습을 했다. 나중엔 정말 편해져 현장이 무척 즐거웠고 수다 떠는데 여념이 없었다. 연애를 오래하는 편인데 재영이 습관적으로 다진에게 실수를 저지르는 장면마다 옛 생각이 나 감정적으로 공감했다. 내 또래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내고 싶었다.” -김하늘
“영화 속에서 남자가 축구를 보는데 여자가 잠시 걷자고 한다. 그럴 때 ‘축구 봐야지, 어딜 가냐’고 무심하게 말한다. 나도 오래 사귄 친구가 있었기에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나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크게 느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옛 여자친구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극 중 인물처럼 무심해서 헤어졌던 것 같다.” -윤계상
100자평
두 사람은 6년째 연애를 했고, 막연히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커플이다. 영화는 서른 즈음을 앞둔 주인공들을 두고 보다 현실적인 사랑싸움을 드러내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보다 여성적 시선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젊은 여자감독의 연출과 시나리오가 빚어낸 미덕일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무감해지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좀 더 많은 풍부한 디테일들이 있었을 것 같지만, 각자 새로운 사람에게 끌리는 4각 관계를 좀 더 강조하는 쪽으로 나아간 것은 아쉽다. 물론 윤계상과 김하늘은 실제 그 나이대의 고민을 끌어안은 사람들처럼 매끄럽고 솔직하게 연기한다. 더불어 언제나 변함없는 김하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장점인지 단점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주성철 <씨네21> 기자영화를 만든 박현진 감독은 77년생 여성이다. 결단코 일반화할 수는 없는 얘기지만, 나이가 서른하나 혹은 서른둘에 이른 여자라면 아마도 ‘깊은 연애’(극중 재영의 대사)를 두 번쯤 했을 것이고 그것과 상반된 자잘한 연애들도 몇 번 경험했을 것이다. 오래된 사랑과 풋사랑의 차이를 알고, 오래된 사랑이 몸과 마음에 새기고 가는 흔적들의 의미도 알 것이다. <6년째 연애중>은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의 자기 이야기를 엿보는 기분이 든다. 각본을 담당하기도 한 감독 본인의 이야기로 치환해 읽으란 말이 아니라, 그만큼 공감할 부분이 크고 그만큼 진심으로 느껴지는 대목들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각본과 연출 부분에 있어, 압축의 묘가 떨어진다. 6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만큼 길게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간혹 든다. 덧붙여, 이제 더 이상 가수가 아닌 배우 윤계상의 연기력에 주목해도 좋다.
박혜명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