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5일이면 김기영 감독이 화재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지 10년이다. 기일 당일에 특별한 공식 추모 행사는 진행되지 않을 듯 보이지만, 올 한해 고인을 기리는 각종 부대행사가 한국영상자료원을 중심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한국 영화사 안에서 보기 드물게 기이한 취향과 전복적 작품세계를 선보인 ‘반골과 외골수’의 작가로, 전성기로부터 한 세대 넘게 흐른 지금까지 젊은 영화인과 관객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감독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행사는 오는 6월19일부터 29일에 열리는 김기영 감독 전작전. 지난해 상암으로 이전한 영상자료원의 개관기념 영화제 직후 처음으로 열리는 공식 영화제이자 이만희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전작전이다. 32편의 연출작 중 <고려장> <양산도> 등 불완전판을 포함한 23편의 연출작을 만날 수 있다. 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김한상 연구원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 작가다. 올해 3월 뉴욕에서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고, 예전 서초동에서 클래식한국영화상영전을 진행할 때에도 김기영 감독의 영화가 상영될 때는 평소의 2배가량의 관객이 찾아왔다”며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하녀> 등 대표작 위주로 한정적인 논의만 진행됐던 과거에 비해 전체 필모그래피 안에서 현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엄청난 군중신이나 전쟁장면 등 당시 흥행영화 최대의 스펙터클 안에서 감독의 독특한 면모가 드러나는 <현해탄은 알고 있다>, 70년대 양산된 문예영화임에도 원작자의 의도와 완전히 다른 해석을 선보인 <이어도> <흙>, 현재 유실된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자신의 시선으로 리메이크한 <육체의 약속>” 등은 그런 의미에서 필견 목록에 올려야 할 영화들이다.
신상옥 감독 이후 영상자료원이 두 번째로 제작하는 DVD 박스 세트는 6월 전작전을 전후로 출시된다. <하녀> <화녀> 등 다섯편의 영화가 포함될 것이다. 이연호 전 <키노> 편집장이 저술하는 포켓북도 비슷한 시기 출간되는데, “기자와 감독으로 맺었던 인연에서 시작하여 독특한 작품세계를 몇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 밖에도 김기영 감독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하녀>가 올해 안에 필름 복원을 앞두고 있다. 고인의 장남 김동원씨는 “당시 각종 사회분위기와 규제, 흥행에 대한 압력 속에서 아버님이 자유롭게 본인의 개성을 100% 발휘한 영화는 몇편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김기영 프로덕션에서 직접 제작했던 <하녀>는 내 생각에도 아버님의 최고작”이라며 복원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