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촬영현장에서 차수연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런데 왜 <씨네21>은 3천원이에요?” 그럴듯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추운 날씨를 헤치고 스튜디오에 들어와 잠시 몸을 녹이던 차수연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왜 그런지 알겠어요. 그 기사 나가고 난 뒤에 축하인사 정말,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그 기사? 2007년 <씨네21>이 선정한 신인 여자배우가 차수연이었다. 그러니 다행이다. 자연스레 애독자 한명이 늘었는데, 그 독자가 우리가 발견한 귀한 신인배우다.
차수연은 확실히 요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작은 <별빛 속으로>. 안타깝게 떨어진 <여고괴담4: 목소리>를 포함해서 “많은 오디션을 봤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그녀가 들려주는 <별빛 속으로>의 짧고 굵은 오디션 현장. “들어가자마자 황규덕 감독님이 쓰윽 보더니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우리 밥이나 먹으로 갈까?” 그렇게 해서 <별빛 속으로>의 신비의 여고생 역할은 차수연의 차지가 됐다. 이 영화를 보고 차수연을 정말 이제 갓 스무살 즈음의 앳된 소녀로 보았다면 그건 당신의 둔감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무렴, 한눈에 캐스팅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여하튼 그동안 스물일곱 처녀를 여고생 즈음으로 속고(?) 본 것이 궁금하여 물으니, “(남들 다 아는 걸 왜 묻냐는 투로) 뭐, 위로하면서 살죠. 요새는 제가 오히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걸) 즐기면서 사는 것 같아요. 그때는 한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 고등학생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가뿐하게 답한다. <별빛 속으로>를 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 동안의 신인배우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별빛 속으로>에서 그렇게 주목을 끌더니 이승영 감독의 <여기보다 어딘가에>서는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등 반응들이 있었는데 아직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 그게 여전히 마음 한쪽에 짐으로 남아 있다. “거기서는 좀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렸었는데…”라며. 하지만 그 다음이 좋다.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에서는 어떤 극한까지 가보는 연기에 도전했으며, 작품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난생처음 레드카펫도 밟게 됐다. 차수연은 “개봉 2번째 영화” 만에 “베를린 가는 게 정말 기대된다. 지금 드레스 입으려고 살 빼는 중”이라며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는다. 보아하니 베를린에서 어떻게 놀아야 할지 계획도 웬만큼은 세워놓은 듯.
차수연은 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저 같은 단신들은(웃음), 주로 잡지 모델을 많이 해요. 그러다 15초 정도 되는 CF를 하게 됐고, 그러다 뮤직비디오를 했는데, 어 내가 말하는 모습이 보이네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나를 조금이라도 더 길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고, 그렇게 해서 드라마를 거쳐 영화까지 오게 된 거죠.” <아름답다>에 이르러 차수연은 집착에 빠진 스토커에게 강간당하고 난 뒤 자기의 미모를 저주하게 되는 은영이란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그냥 이렇게 말하기만 해도 힘이 부칠 정도의 상상이며 설정인 건 분명하다. 그 연기가 쉬울 리도 편할 리도 없다. 하지만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물론 유쾌한 소재는 아니었죠. 하지만 그런 부담은 10%고, 하고 싶은 마음이 90%인데 그걸 버릴 수가 있나요. 영화 일을 하면서 잃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아름답다>를 통해 제 장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다 알게 됐거든요.” 오히려 <아름답다>는 차수연에게 “감정 조절부터 캐릭터 성격까지 모든 점을 많이 생각하게 한 영화”이며, 영화 속 은영은 “신인이라면 누구라도 탐냈을 캐릭터”이고 그 선택은 “단지 용기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꼭 한마디 덧붙이길, “이건 많이 말한 건데요, 제가 사실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매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까르르”. 요즘은 “영화를 찍을수록 조금씩 더 나름 평가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데 그 말은 차수연이 점점 더 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