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안 고시죠?” 감독대행에서 선수로 좌천당한 혜경(김정은)이 짐을 들고 끙끙거리며 방 안을 들어설 때 그렇게 싹수없이 한방 날리던 새침데기 핸드볼 천재 보람이. 하지만 떠나려는 혜경에게 꽁꽁 숨겨놨던 서랍 속 핸드볼 공을 수줍게 내밀며 사인을 부탁하고는 눈물을 흘리던 착한 보람이. 당연하지만 이렇게 만나고보니 그다지 새침이도 아니고 쑥스러워하지도 않는다. 이제 막 고3 수험생이 되는 근심 따윈 없다. 어찌나 잘 웃고 재잘거리는지. 원래 민지는 무용을 했다. 하지만 흔한 상상은 뚝! “고1 때 무용 학원 선생을 따라 방송에 나갔다가 사진 한번 찍어보라는 프로듀서의 권유를 받았고, 마침 사진관도 하는 고모가 있기에 재미 삼아 한번 해봤더니 정말 재미있었다”라는 얘기다. 그러니 우연히 발목을 다쳐 그만 무용을 접고 배우를 하게 된 비운의 발레리나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저 원래 되게 되게 건강해요.” 그렇게 건강한 거 티냈다가 나중에 공주님 역할 맡아야 할 때 손해볼지 모른다고 살짝 겁을 줘도 “그래도 뭐 픽픽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잖아요”라고 자신한다. 지금까지는 운동하는 소녀 역으로 특히(?) 인연이 깊다. 개봉은 못했어도 첫 번째 출연한 장편 <꿈은 이루어>는 골프영화였고, 단편 출연작 중 <소녀 달리다>는 제목처럼 “뛰면서 아픔과 시련을 잊는” 아이였다. 그리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다음으로 벌써 정해진, 그리고 드디어 주인공으로 낙점받은 두 번째 장편영화에서도 “원래는 학원로맨스물인데 육상을 해야 한다”고. 그래도 이번에는 공 없이 몸만 있으면 되니 편하겠다고 하니 냉큼 “아뇨, 포~옴이 중요해요”라고 뼈대있게 말한다. “이번에도 뛰는 걸 좋아하는 소녀”라니까 누군가는 “또 운동이냐고”도 말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어하는 눈치다. 영화 개봉 일주일 만에 팬 카페까지 생긴 몸 아닌가. 언니들이야 원래 유명했고, 현장에서는 “아예 다 합쳐도 막내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막내가 아니라 <우생순>의 귀여운 막내로 관심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니 <우생순>에 신데렐라 탄생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 유리구두의 주인공은 민지인가 보다.
씨네21
검색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민지
헤어&메이크업 제니 하우스·의상협찬 박미영
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
-
[비평] 돌에 맞으면 아프다, <아노라>가 미국 성 노동자를 다루는 방식
-
[기획] 깊이, 옆에서, 다르게 <아노라> 읽기 - 사회학자와 영화평론가가 <아노라>를 보는 시선
-
[인터뷰] ‘좁은 도시 속 넓은 사랑’,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 <모두 다 잘될 거야> 레이 영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