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10주기를 맞아 올 한해 한국영상자료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1960)의 디지털 복원을 소문난 영화광 스코시즈가 후원한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공식출범한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의 이사장 마틴 스코시즈가 세네갈의 1973년작 <Touki Bouki>, 터키의 1064년작 <Dry Summer>와 함께 <하녀>를 2008년 복원대상작으로 선정한 것이다. 오는 6월19일부터 11일간 열리는 김기영 전작전을 비롯하여 DVD 박스 세트 출시 등을 계획 중인 한국영상자료원은 이에 따라 <하녀>의 디지털 복원에 필요한 1억7600만원 중 8만유로(약 1억2천만원)를 세계영화재단으로부터 지원받게 된다. 여러 프린트를 모아 복원해야 하는 <하녀>는 일부 프린트에 포함된 영어자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평균을 훨씬 웃도는 복원비용이 필요한데, 세계영화재단이 일괄적으로 책정한 금액 8만유로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영상자료원의 기존 장비와 인력, 한국 정부의 기술지원기금을 통해 충당하게 된다. 복원업체 HFR을 통해 복원된 <하녀>는 올해 칸영화제 클래식부문에 초청 상영될 예정이다.
세계영화재단은 스코시즈 외에도 스티븐 프리어스, 왕가위, 월터 살레스 등 각국 감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여, 전세계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 후원을 지속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로마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24개 영화제에서 복원상영된 모로코의 1981년작 <Transes>을 비롯하여 3편의 영화를 복원했다. 국립아카이브가 제대로 구비되지 못한 제3세계 영화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세계영화재단의 복원후원 프로그램에, 체계적인 디지털 복원 계획을 수립 중인 한국영상자료원이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개인적인 경로로 <하녀>를 접한 스코시즈 감독이 “특유의 분위기와 블랙유머, 그로테스크함에 매료”되어 관계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과정까지 거쳤다는 후문이다.
한편 지난 2월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위의 사실을 발표한 영상자료원은 2008년 주요 사업의 개요를 함께 공개했다. 영상자료원 조선희 원장은 오는 3월 현존 최고(最古) 한국영화의 기록을 앞당길 무성영화가 복원·복제 작업을 거쳐 일반 공개될 것임을 밝혔다. 현재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최고작은 지난 2006년 발굴된 1936년작 <미몽>이다. 한국영화박물관이 개관하는 5월9일부터 15일간은 시네마테크 KOFA의 개관기념영화제까지 함께 열린다. 지난해 HFR과 손잡고 디지털 복원한 <미몽> 등 세편을 포함해 30여편의 한국 고전영화가 상영된다. 하반기에는 김기영 감독 전작전을 시작으로 베이징올림픽 기념전, 만주웨스턴 특별전, 김수현 데뷔 40주년 기념전, 아사노 다다노부와 90년대 일본영화전 등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