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25] <음란서생> 소품
2008-02-25
글 : 최소원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25번째는 조근현 미술감독이 기증한 <음란서생> 소품입니다.

2006년 2월 개봉하여 250만 관객 동원의 흥행성적을 거둔 <음란서생>은 김대우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대우 감독은 점잖고 가식적인 선비와 노골적인 밑바닥 문화를 대비시키면서 “화면은 심각하지만 내용은 코미디”인 변종 시대극을 만들고자 미술감독에게 “콘트라스트가 강한 누아르”를 주문했다. <장화, 홍련> <형사 Duelist> 등에서 깊이있는 공간감과 색감을 보여준 조근현 미술감독은 이를 위해 진한 검정과 적색을 기본으로 썼다.

“조선시대 물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단 한줄이라도 문헌이나 기록을 바탕으로 고증했다”는 미술감독의 심미안은 의상, 세트, 소품에 걸쳐 세련된 비주얼의 조선시대를 재현했다. 내시관에 관해서는 남아 있는 기록이 미미해 대부분 창작에 의존했다. 이중 내시부 감찰대가 사용한 칼은 중앙이 비어 있는 특이한 모양으로 조근현 미술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중적인 내시의 성격을 어떻게 칼 하나로 표현할까” 하는 고민 끝에 칼의 중앙을 비워 날렵하면서도 베고 찌르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유기전 주인이면서 음란소설 유통책인 황가(오달수)가 사용하는 다이어리는 비밀리에 음란소설을 유통하는 만큼 주도면밀한 장사치의 성격을 고려하여 디자인했다. 겉은 목공예가들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단단한 흑단을 사용하여 정성껏 만들었고 내부에는 월력과 함께 손쉽게 메모가 가능하도록 붓 대신 목탄을 달았다. 조근현 미술감독은 직접 제작한 소품들을 꼼꼼한 설명과 함께 건네며 <음란서생>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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