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객석을 감동시킨 에릭 쿠의 마술
2008-02-2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필름포럼에서 열린 ‘에릭 쿠 스페셜’ 현장

2월19일 필름포럼에서 열린 ‘에릭 쿠 스페셜’. 장편 <내 곁에 있어줘>와 <휴일없는 삶>(2006년 전주 디지털 삼인삼색 중 한편으로 제작된 단편)이 상영되고 에릭 쿠의 강연이 있었다. 이날 객석을 감동시킨 그의 마술은 두 가지. 그중 첫 번째, 갑자기 강연을 중단하고 그가 깜짝 선물을 공개한다. “제가 지금 막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인 새 영화의 9분짜리 편집본을 (DVD로) 갖고 왔는데 혹시 보시겠어요?” 아니, 이런 횡재가 다 있나. 관계자 말고 외부에 선보이는 건 처음이라니! 관객의 박수! 세상에서 에릭 쿠의 새 영화의 장면을 가장 먼저 본 사람들의 환호! 제목은 <마이 매직>이다. <내 곁에 있어줘>에 나오는 뚱보 경비원만큼이나 몸집이 비대한 한 남자가 아내도 떠나가고 아들과 함께 단둘이 살면서 차력도 하고 마술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는 이야기. 에릭 쿠가 또 한명을 구제하겠구나. 두 번째 마술, <내 곁에 있어줘>의 주인공 테레사 첸 할머니가 영화제작을 망설이던 그에게 보냈다던 아름다운 교훈. “어느 날 할머니가 내 이름이 새겨진 펜과 함께 편지를 보냈어요. 진짜 나를 출연시켜 영화를 만들 생각이라면 이 펜으로 어서 각본을 쓰라고요. 그러고 나서 내 생일날에는 손목시계와 편지를 보내셨죠. 시간이 없으니 어서 시작하라고요. 내 집에 오면 내가 살아온 인생을 들려주시겠다고요.” 과연 영화처럼 아름다운 일화. 10시가 다 되어가도 관객이 자리를 뜰 줄 모르자, 강연을 마쳐야 함을 알리는 에릭 쿠의 한마디도 사려 깊고 친근하다. “자, 남은 질문 더 있으시면 우리 바깥에서 같이 담배나 피우면서 얘기하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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