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고전적 록 스타로서의 회귀, 레니 크라비츠의 신보 <>
2008-03-06
글 :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

레니 크라비츠의 대표곡은 둘이다. 하나는 <It Ain’t Over ‘Til It’s Over>이고 다른 하나는 <Are You Gonna Go My Way>다. 이 두곡은 올해 마흔셋이 된 이 베테랑 뮤지션의 두 가지 측면을 대표한다. 전자가 커티스 메이필드와 마빈 게이의 전통에 속해 있는 세련된 솔-훵크 음악이라면 후자는 지미 헨드릭스와 레드 제플린 등의 ‘기타 마스터’들이 창조하고 발전시킨 강력한 하드록의 자장에서 움직이는 곡이다.

이 두 전통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뮤지션이라면? 프린스다. 따라서 레니 크라비츠가 1989년 데뷔했을 때 사람들이 크라비츠를 프린스의 후계자(혹은 아류)로 지목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프린스처럼 솔-훵크와 로큰롤 모두에 능했고, 그 둘을 구김살없이 융화할 줄 알았다. 또한 그는 음반의 전곡을 작사·작곡했으며 음반에 사용된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했다.

그러나 크라비츠는 프린스와 달리 ‘예술가’(artist)보다는 ‘장인’(craftsman)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가 정말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복고의 재현’이었지 ‘재창조’는 아니었다. 그는 흑인음악의 각종 조류를 넘나들며 그 음악들을 ‘고전적 록 스타’의 자세로 재조립했다. 아마도 크라비츠는 1990년대의 어떤 흑인음악 뮤지션보다 록 스타에 가까운 존재였을 것이다. 그것은 그가 받은 네번의 그래미상이 모두 ‘남성 록 보컬 부문’이었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상업적으로는 무난한 성과를 거뒀지만 비평적으로는 최악의 평가를 얻었던 ≪Baptism≫(2004) 이후 (여기서 그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했다) 4년 만에 내놓은 신보에서 크라비츠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간 음악을 선보인다. 즉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사이키델릭/블루스/하드록이다. 절도있게 끊어 치는 기타가 뺨을 후려치듯 달려드는 <Love Revolution>, 인도 전통 악기인 시타(sitar)가 울렁거리는 <Bring It On>, 배배 꼬인 기타 리프가 꿈틀거리는 <Will You Marry Me> 등의 곡들은 오늘날은 듣기도 연주하기도 쉽지 않은 로큰롤 넘버들이다. 리듬의 귀재라는 평가답게 이 음반에서 크라비츠는 발군의 감각을 과시한다. <I’ll Be Waiting>이나 <I Love The Rain> 같은 발라드들 역시 1960년대 음악 전문 라디오 방송에 몰래 끼워넣어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들어놓은 것은 음악만이 아니다. 음반 커버에서 크라비츠는 가죽 재킷을 입고 ‘라이방’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그 밑에 적힌 음반 제목은 ‘사랑의 혁명을 일으킬 때가 왔다’(It Is Time For A Love Revolution)이다. 음반 뒷면의 사진은 어딘지 모르게 밥 딜런의 ≪The Freewheelin’ Bob Dylan≫(1963)을 닮았다. 그는 작심하고 ‘사랑의 여름’이 온 세상을 덮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음반을 만들었다. 결과는 충분히 즐겁다. 다가올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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