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31] <스캔들> 의상과 소품
2008-04-07
글 : 최소원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오는 5월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열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1번째는 영화사 봄이 제작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 사용되었던 의상과 소품입니다.

이재용 감독이 서양음악에 맞추어 사극배우들이 움직일 때 생기는 충돌의 느낌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1790년대 정조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원작인 <위험한 관계> 속 프랑스 귀족사회의 살롱 문화와 조선시대 사대부 문화를 절묘하게 대응시켰다. 유교관습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요구가 조선 사대부의 성문화 속에서 팽팽하게 맞물리며 욕망의 변주곡을 직조해간다. 욕정, 질투, 사랑, 배신의 보편적 감정들은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비주얼 속에서 생생한 긴장감을 얻는다. 미니멀한 스타일의 의상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는 미술감독 정구호는 고증을 바탕으로 한 시각적 창작을 맡았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전통의상을 응용하는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는 것은 그의 작업이 사극 미술에 끼친 영향을 방증한다. 화장도구, 음식상 장면의 정교한 디테일과 망원경 등의 다양한 서양 기물들, 춘화도, 책방의 풍경은 조선시대의 단편적인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시원하게 깨뜨려준다. 의상에서는 진한 빨강을 빼고도 사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려하고 치밀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절제미가 느껴지는 것은 조명과 촬영에서 기교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필터없이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고 김병일 촬영감독은 말한다. 오는 5월9일 개관하는 한국영화박물관은 기획전시의 하나로 조씨 부인(이미숙)의 방을 재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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