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태원] 한류 살릴 킬러 콘텐츠를 만들거다
2008-04-30
글 : 문석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200억짜리 드라마까지 만드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충무로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달리 그의 얼굴을 환하게 만든 첫 번째 요소는 그가 실질적으로 주도한 첫 글로벌 프로젝트 <삼국지: 용의 부활>이 중화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었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최근 발표한 200억원짜리 드라마 <아이리스>에 대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물론 영세한 충무로 영화사들과 달리 안정된 자본을 바탕으로 여러 개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는 자신감 또한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을 터. “하비 웨인스타인과 같은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그로부터 현재 펼쳐놓은 사업들과 향후 계획에 관해 들어봤다.

-<삼국지: 용의 부활>이 선전하는 분위기다.
=사실 그렇게까지 기대를 안 했다. 비슷한 장르로 국내에서 흥행이 된 건 <영웅> <연인> 정도였고 <황후花>가 조금 된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100만명을 넘기는 게 목표였다. 첫주 성적 보고는 사실 안 될 줄 알았다. 첫주에 30만명선이었으니까. 그런데 계속 박스오피스 2등 유지하면서 100만명까지 왔다.

-중화권 성적은 어땠나.
=중국, 홍콩, 대만 등에서는 개봉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영화 자체가 우수했다기보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메리트가 컸다는 생각이다. 중국에선 미니멈개런티 200만달러로 배급 대행을 했는데 첫 주말에 550만달러 나왔다. 꽤 잘 들었다.

-순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
=150억원 정도다. 그중 140억원 정도가 태원이 투자한 돈이고, 그 안에는 CG업체인 우리 자회사 믹스필름에 지불한 50억원도 포함돼 있다.

-중화권에서 흥행에 성공했는데 투자금은 다 회수했나.
=아직 다 못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큰 시장이 남아 있다. 본격적인 세일즈는 칸영화제 때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세일즈 때는 매기 큐의 인지도가 크게 작용하겠다.
=사실 내부에서는 중화권을 생각해서 주신을 캐스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주신이 그쪽에서 워낙 유명하다고. 그러나 중화권은 유덕화가 책임지면 되고 여배우는 글로벌로 통할 수 있는 쪽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매기 큐가 언급되었던 건 일단 <미션 임파서블3>에 나왔고 그 무렵 <다이하드4.0> 캐스팅 뉴스도 나왔기 때문이다.

-후반작업은 어디까지 국내에서 했나.
=국내에서 다 했다. 편집, DI, 믹싱 등 전부 여기서 했다. 처음엔 그쪽에서 하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갔더니 시설들이 열악하더라. 그래서 포스트 프로덕션은 국내로 다 갖고 왔다. 감독이 한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확인했고, 요즘엔 웹하드 같은 게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기도 했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태원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프로젝트였는데, 첫 작품이 순조롭게 가는 듯하다.
=<비천무> <무영검>으로 연습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중국 내에선 안 다녀본 데가 없는 것 같다. (웃음) 둔황까지 갔으니.

-진행 중인 아시아 합작 프로젝트로 원화평이 연출하는 <스파게티 vs 누들>도 있다.
=공간적 배경은 100% 미국이고, 중국에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세트로 지을 계획이다. 줄거리는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이탈리아 스파게티집과 중국 국숫집이 나란히 장사를 하다가 가문 싸움을 벌이게 된다는 코미디다. 서로 국수의 원조가 자기라고 우기는 거지. 결국 누들 콘테스트를 열기로 결정이 난다. 두집 자식들 모두 변호사로 나오고 로맨스도 있다. 중국집 아들과 스파게티집 딸. 국수 뽑고, 서로 치고받고 하는 장면들은 원화평 감독이니까 화려하게 액션을 섞어갈 계획이다. 중국집 아들은 한국 배우를 쓸 생각이고 스파게티집 딸은 할리우드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예산은 3천만달러 정도로 잡고 있는데 현재 쿠엔틴 타란티노가 각색 중이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중국, 미국쪽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몇개 더 있다. <가문의 영광>을 미국에서 찍는 것도 고민 중이고, 강제규 감독과도 할리우드에서 찍을 차기작에 관해 논의 중이다. 한국영화로는 <배꼽> 등이 있다.

-콘서트 프로모터를 거쳐 지금의 영화제작자가 되었는데, 할리우드의 인맥은 어떻게 다졌나.
=콘서트하다가 시작됐다. 공연 일도 결국엔 CAA(Creative Artists Agency), 윌리엄 모리스 등 에이전시를 거쳐야 하는 거니까. 소개받고, 영화 수입하면서 또 만나고, 소개받고. 사람 사귈 때는 처음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웃음)

-그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방법이란 술을 말하나.
=나도 어떻게 강한 인상을 줬는지 모르겠다. 너무 취해서. (웃음)

-수입업자가 그런 ‘인사이드맨’들을 알게 되긴 쉽지 않은데.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지. 처음 만나서 친해져야 두 번째가 이뤄지는 것 같더라. 아니면 기회가 안 온다.

-최근에는 제작비 200억원대 드라마 <아이리스>에 이병헌이 캐스팅된 뉴스도 있었다. 최완규 작가와 이형민 PD(<미안하다, 사랑한다>)가 합류했고 강제규필름과 공동제작인데, 드라마쪽 시도는 처음 아닌가.
=한국판 <24> 플러스 <본 얼티메이텀>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의 대통령 암살과 북한의 국방부위원장 암살 등 남북 평화통일을 둘러싸고 음모가 벌어지는 스파이물이다. 각국 스파이들이 등장하고, 해외 로케도 많을 것 같다. 이병헌의 경우 <올인> 이후 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추후 발표할 예정인데 나머지 캐스팅도 크다. 주인공이 다섯인데 그 다섯 모두 드라마 주인공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자배우 셋, 여자배우 둘이다.

-몇 부작으로 기획 중인가.
=20부작이 될 것 같다.

-회당 제작비가 10억원이다.
=그러니까 이런 화려한 드라마를(웃음) 이 시기에 왜 우리가 해야 하는 거냐라는 명분을 두고 강제규 감독과 이야기를 계속 했다. 왜 영화인이 드라마를 하는가. 영화시장이 어려우니까? 나는 한류를 실제로 일으킨 건 강제규 감독의 <쉬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영화 자체의 힘으로 일본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린 계기였다고 본다. 한류는 계속 죽고 있다. 다시 한번 <겨울연가>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한류가 살면, 즉 해외시장이 살면 한국영화시장에도 활황의 기운이 불어넣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사이즈에서나 마인드에서나 영화인이 만드는 드라마가 콘텐츠로서도 힘을 가질 거라고 믿는 거다.

-투자는 어떻게 하나.
=메인 투자는 우리가 맡기로 했다. 근데 외부 투자를 하겠다는 데도 많다. 선구매하겠다는 데도 많고. 그래서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국내시장만 갖고는 수익 맞추기가 어려울 거고, 해외 판매를 제하면 제작비 회수하는 길이 많지 않을 텐데.
=그래서 드라마 콘서트 같은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흥행하고 나서야 그런 기획을 했는데, 우리는 처음부터 기획하는 쪽을 택할 생각이다.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가수들도 해외 스타들로 논의하고 있다. 또 드라마 초반부와 마지막회는 극장 상영을 동시에 할까 검토 중이다. 드라마 전체를 2시간짜리 영화 버전으로 바꾸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강제규 감독과 굉장히 가까운 분위기다.
=우리 회사 조영길 부사장이 강 감독님 학교 후배다. 그렇게 알게 돼서 친해졌다. 사실 성격은 좀 다르다. 강 감독님은 차분하고 나는 다혈질이고. 역시 처음 만남에서 강한 인상을…. (웃음)

-4월 말로 예정됐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개봉이 연기됐다. 편집본 모니터 시사 결과가 좋아서라고 들었다.
=가장 좋은 시즌에 개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곽경택 감독까지 영입한 거고. 지금은 7월 말로 생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배급사도 SK텔레콤에서 롯데엔터테인먼트로 바뀌었다.

-감독을 해고했단 이야기가 있었다.
=거기에는 오해가 있는데 본인이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내 요구를 다 받아들이기가 힘들다고 하더라. 나는 시나리오 자체를 바꾸자는 게 아니라 디테일한 부분들을 이야기한 거였는데 감당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어필을 했는데….

-다혈질 스타일로 말인가.
=시작할 때는 온순하게 했는데 하다보니 올라가더라. (웃음) 사실 감독을 교체하면 내가 또 욕먹을 거 아니냐. 그건 피하려고 했는데, 안권태 감독이 스스로 곽 감독을 말하더라. 안 감독이 그의 조감독 출신이라 모양새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스승 같은 위치니까. 안 감독이 직접 곽 감독을 찾아가 이야기하는 절차로 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을 진행할 땐 감독이 둘이나 나와 있을 순 없더라. 그래서 안 감독 스스로가 현장에 나오지 않는 쪽이 작품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하더라.

-제작비에서 손실도 있었겠다.
=곽 감독이 각색을 잘해서, 촬영해둔 걸 다 이용하게끔 해놨다. 거의 버린 게 없다. 대신 곽 감독이 들어오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규모가 조금 커졌다. 그래서 제작비가 좀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좀 안 좋아졌을 것 같다.
=뭐…. 할 수 없지. 작품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편집에는 개입하지 않나. 감독과 충돌하는 일은 없나.
=편집은 관여한다. 그래도 곽 감독은 편집을 나한테 맡기던데 뭘. 서당개 30년이 됐어. (웃음)

-아예 직접 연출을 해보는 건 어떤가.
=훈수두는 것과 직접 장기를 두는 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섹스 앤 더 시티> 외에 외화 라인업으로는.
=<Center of the World>라고 3D로 제작된 뉴라인 영화가 있다. 브렌든 프레이저가 지구 한 가운데로 빠지면서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험이다. 공룡 나오고, 재밌다. 올 여름엔 그 영화를 가족영화로 풀까 하고 있다.

-지난해의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 흥행이 잘 안 됐는데, 이른바 ‘나까’ 코미디가 더이상 시장에서 발붙이기 힘든 상황이라 보는지.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 시장은 존재하는데 지금 언론이 그걸 보는 관객을 굉장히 수치스럽게 만들었던 게 문제다. 예전에는 관객이 그런 반응을 신경 안 썼는데 점점 변하더라.

-그런 관객의 변화가 혹시 고민되나.
=관객이 싫으면 안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 언젠가는 또 그리워하게 되니까 그때 그걸 해주면 된다. 정용기 감독의 <조선의 주먹>을 미룬 것도 그래서다. 차라리 김두한 이야기를 정통으로 해야겠다는 쪽으로 기획을 바꿨다. 하여간 태원표 코미디(웃음)는 당분간 보류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어쨌든 외자가 많이 들어와 있어서 자본 면에서는 안정화돼 있다.
=우리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대 주주는.
=파이어웍스, 카니자로, ABN암로, 라이온하트 등이었는데 현재는 이들 회사를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다 인수해서 합쳐졌다.

-태원으로 들어온 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이번에 10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받았다. 그전에 받은 건 2천만달러 정도 된다. 그쪽에 큰 미디어펀드가 있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있게….
=그게 쓰기 쉽나. (웃음) 어렵다. 그래서 그쪽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는 법을 모색 중이다.

-태원 펀드도 있다.
=KTB와 만든 100억원짜리 펀드다.

-최근작들은 모두 자체 투자작인데, 독자 배급은 고려하지 않나. 배급사에 주는 수수료도 아까울 텐데.
=아깝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극장을 반개도 안 갖고 있어서. (웃음) 배급사와는 오히려 협조해서 같이 가자는 주의였다. 요즘 고민 중이긴 하다. 나는 어쨌든 합종연횡을 좋아하기 때문에(웃음) 어디든 손을 잡고 공생할 방법을 찾고 있다. 요즘 다들 줄이는 분위기지만 나는 축소해서는 살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확장을 해야지.

-얘기를 듣다보니 뭔가 빅딜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원해도 상대방이 같이 원해야….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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