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성실함으로 그린 법정극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다>
2008-05-0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I Just Didn’t Do it/2007/수오 마사유키/143분/일본/오후 8시 전북대문화관
“10명의 죄인을 놓친다고 해도, 1명의 죄없는 사람을 벌하지 말라.” 마땅한 직업없이 프리타로 생활하던 가네코 텟페이는 구직을 위해 비좁은 출근시간의 전철에 간신히 오른다. 몸 돌릴 틈도 없고 타인의 숨결도 피할 수 없는 상황. 도착역에 내린 가네코는 교복입은 소녀에게 소매를 잡히고, 면접을 보러 가던 길은 경찰소, 구치소를 거쳐 법정으로 이어진다.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10년만에 내놓은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억울하게 치한으로 몰린 남자가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거치는 지난한 과정을 기록에 가까운 성실함으로 그린 법정극이다. 1심의 판결을 뒤엎고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풀려난 남자에 대한 신문기사에서 시작된 영화는, <으랏차차 스모부><쉘 위 댄스> 등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거두고 일본의 사법제도에 경종을 울리는 성찰적인 색깔을 더했다. 초반의 구치소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수차에 걸친 법정 공판을 다루는데,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가네코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법정은 정의와 위엄에서 가장 멀리 있다. 죄의 유무를 밝혀 처벌하기보다는 진실을 밝히는 자리로서 법정을 바랐던 가네코는 2년의 재판을 거쳐 4개월형을 언도받는다. 2년을 재판에 소모한 가네코는 억울함을 호소하던 초반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가족의 오열, 친구의 분노를 뒤로 한 채 판사의 긴 설명을 선 채로 견딘다. 차분히 항소하는 가네코의 목소리로 영화는 마무리되고, 인간이 만든 제도의 모순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남긴다. 첫 장면과 대구를 이루며 스크린을 수 놓는 메시지는 “당신이 심판받기 원하는 바로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시기를.” 일본 영화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7년 최고의 영화’를 비롯 각종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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