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칸영화제 개막작 <눈먼 자들의 도시> 공개
2008-05-15
글 : 최하나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인 <눈 먼 자들의 도시>가 개막일인 5월14일 오전 10시 드뷔시 상영관에서 세계 첫 시사회를 가졌다. 구체적인 장소와 시대가 불분명한 한 도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의 눈이 멀기 시작한다. 실명은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도시는 약탈과 폭력, 강간과 살인이 난무하는 생지옥으로 추락한다. 영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인물들을 등장시켰다. 최초로 눈이 멀게 되는 남자는 이세야 유스케가, 그를 진찰하다가 실명이 전염되는 의사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했고, 줄리안 무어가 유일하게 앞이 보이는 인물이자 극의 핵심을 쥔 의사의 아내로 등장한다. 거칠고 활력적인 핸드 헬드 촬영과 빠른 편집 등 전작 <시티 오브 갓>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도드라졌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현란한 스타일은 다소 차분해졌지만, 매끈하고 감각적인 비주얼은 여전하다. 종종 시선을 장악하는 백색 화면으로 눈 먼 자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등 ‘보이지 않음’을 영상으로 재현하고자 했던 고심이 역력하지만, 영화는 통렬하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원작의 힘을 전달하기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장면 하나 하나의 은유를 굳이 해설하려는 강박적인 내레이션이 귀를 찌르고, 재난의 구비마다 울려 퍼지는 애달픈 음악은 실상 몰입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버라이어티>는 “과하게 치장했지만 그다지 의욕적이지 않은 이 작품은 꼼꼼하게 소설의 박자를 따라하지만, 그 비전은 거의 성취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10월 중 국내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 기자회견

개막작 <눈먼 자들의 도시>의 감독과 배우들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영화화하고자 한 이유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문명의 취약함이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매우 강하고 견고하다고 생각하지만, 단 하나만 잘못돼도 모든 것이 붕괴해버린다는 거다. 마치 살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의사 아내의 캐릭터가 매우 강렬하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줄리안 무어/ 나의 캐릭터는 극중에서 유일하게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인간적인 방식은 아니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녀 또한 비참한 상황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되고 때로는 잔인하게 행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책임과 무책임, 선과 악 사이의 선을 걷길 바랐다.

이 영화는 공권력의 태만과 방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연히 카트리나와 미국 정부를 떠올리게 된다.
대니 글로버/ 이건 특정 정부가 무엇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이라크, 소말리아, 다푸르의 이야기다. 이건 은유가 아니다. 지금 전 세계 25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에 2달러로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을 보지 못한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왜곡된 감각,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경쟁 부문의 한 편인데 부담은 없나. 또 줄리안 (무어)은 브라질 감독과 함께 하는 작업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메이렐레스/ 커다란 영광인 동시에 커다란 부담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가 개막작으로 최고의 작품은 아닌 것 같다.(웃음)
줄리안 무어/ 불행하게도 브라질 영화에 대해서 아직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월터 살레스는 안다.(웃음) 아, 그의 작품도 이번 경쟁 부문에 올라있다고? 아아, 그럼 더 이상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좌중 웃음) 출연진 중에 미국 사람이 딱 세 명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본, 멕시코, 브라질, 미국…와우! 이건 정말 국제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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