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봉준호, 미셸 공드리, 레오스 카락스의 <도쿄!> 칸영화제 첫공개
2008-05-16
글 : 김도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칸영화제에 참석한 미셸 공드리,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

세가지 동경 이야기가 칸영화제에서 첫공개됐다.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 미셸 공드리의 <도쿄!>가 지난 5월15일 칸영화제 드뷔시 상영관에서 첫 기자 시사회를 가졌다. 한국의 스폰지, 일본 비터스 엔드와 프랑스의 꼼데 시네마가 공동으로 제작한 <도쿄!>는 <사랑해, 파리>처럼 세 명의 감독이 도쿄를 주제로 만든 세 중편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영화다. 그러나 <사랑해, 파리>처럼 애정어린 도시 찬가를 기대한다면 좀 곤란하다. 이 옴니버스 영화에서 도쿄는 그저 하나의 배경일 따름이다. 봉준호, 레오스 카락스와 미셸 공드리는 도쿄라는 도시를 무대로 자신들의 영화적 상상력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는 10년간 히키코모리(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일종의 자폐증)로 살아온 남자가 피자 배달부 소녀를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바깥 나들이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유레루>의 가가와 데루유키는 히키코모리 남자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얼굴 근육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멋지게 드러내고 아오이 유우는 봉준호가 꿈꾸는 서정적인 관음적 대상으로 오롯하다. 다른 두 작품들에 비해 조금 관습적이고 지나치게 예쁘긴 하지만 텅 빈 도쿄 시내를 비추는 장면은 <28일후>나 <나는 전설이다>의 꿈결같은 변주처럼 아름답다.

가브리엘 벨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애인을 따라 도쿄로 상경한 여자가 정체성을 찾지못해 배회하다가 서서히 ‘의자’(말그대로 의자다!)가 되어간다는 이야기다. 그간 영화적 장난으로만 일관하며 실패작을 쏟아내 온 공드리는 <아키라와 히로코>에서 유아적인 귀여움을 줄이고 캐릭터의 섬세한 내면과 판타지를 재주있게 버무려내는데 오랜만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쓸쓸함에 대한 찬가라고 해도 좋을만한 단편이다.

<도쿄!>에서 단 하나의 작품을 고르라면 두 말 할 필요없이 레오스 카락스의 <광인>(Merde)다. 어느날 도쿄 하수구에서 메르드(프랑스어로 ‘똥’이라는 의미다)라는 괴상한 남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들을 학살한다. 경찰에 잡힌 메르드는 유일하게 자신의 언어를 이해하는 프랑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항소하지만 결국 사형장으로 오르게된다. <폴라 X>이후 10년만에 메거폰을 든 레오스 카락스는 군국주의 과거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 일본, BC 정권의 나치 징벌, 거짓과 진실이 혼재하는 현대의 미디어 등 많은 알레고리들을 기겁할만큼 냉소적인 유머감각으로 버무려놓고 있다. ‘누벨 이마주 신동’시절의 카락스를 기대하는 팬들은 아주 당황스럽겠지만 <광인>은 카락스와 드니 라방 콤비가 낳은 또다른 걸작(혹은 괴작)으로 손색이 없다.

봉준호의 <흔들리는 도쿄>
미셸 공드리의 <아키라와 히로코>
레오스 카락스의 <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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