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가 드디어 귀환했다. 현지시각으로 5월18일 일요일 오후 1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칸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기자 시사회를 가졌다. 18년만에 돌아온 역사적인 프랜차이즈 속편에 대한 칸 현지의 관심은 남프랑스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단숨에 태워버릴만큼 무시무시했다. 기자들은 점심 식사도 포기한 채 두어시간 전부터 상영관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고, 입장이 시작되자 좋은 자리를 찾기위한 격렬한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극장안을 메운 기자들이 시리즈의 메인 주제곡을 휘파람으로 부르기도 하고 화면에 스필버그의 이름이 뜨자 우레같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나이든 고고학자 한명의 귀환이 예술영화의 성전에 모인 거드름떠는 기자들마저 한순간에 18년전 꼬맹이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1편에서는 성궤, 2편에서는 전설의 돌, 3편에서는 성배를 찾아나섰던 인디아나 존스는 이번 4편에서 마야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전설의 크리스탈 해골을 뒤쫓는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막을 올린 1957년.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친구 맥(레이 윈스톤)은 스팔코 박사(케이트 블란쳇)가 이끄는 소련 스파이 군에 의해 네바다 에이리어51 비밀기지로 끌려갔다가 극적으로 탈출한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간 존스는 평소처럼 고고학 강의를 하며 조용히 살아가려 하지만 자신이 매카시 열풍의 여파로 정부에게 찍힌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은퇴를 선언한다. 그러나 인디에게 은퇴는 없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찰나 갑자기 가죽옷을 입은 반항아 머트 윌리엄스(샤이아 라보프)가 찾아와 (1편에서 인디의 연인이었던) 고고학자 마리온이 소련군에게 끌려가며 남긴 비밀 쪽지를 전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크리스탈 해골에 얽힌 비밀을 찾고 마리온을 구하기 위해 남미로 떠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구식 어드벤쳐 영화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증명하는 영화다. 마치 게임의 스테이지처럼 단계별로 관객을 급습하는 서너번의 액션 장면은 입이 딱 벌어진다. 영화의 서두를 여는 비밀기지의 액션장면도 아주 근사하지만 존스 일행이 수륙양용 지프를 타고 아슬아슬한 절벽에서 소련군과 벌이는 추격 장면은 옛 시리즈의 흥분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디지털 특수효과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스필버그는 지나치게 빠르고 경솔한 편집으로 관객의 오감을 혼란시키기 보다는 적절한 편집 리듬과 특유의 유머로 액션 장면을 조절한다. 액션 장면의 몇몇 컨셉들은 이전 시리즈의 주옥같은 명장면들에 대한 스필버그의 자기 오마주다. 오랜팬들이라면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팬이라면 누구도 이런말을 믿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단점도 분명한 영화다. 전편들에 비해 주변 캐릭터들이 좀 평면적이어서 배우들의 아우라가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건 특히 아쉬움이 크다. 비명만 지르고도 생생하게 살아있던 2편의 케이트 캡쇼와는 달리 케이트 블란쳇 같은 배우마저도 기능적으로만 활용되는데 그친다. 전편의 구식 모험담 기운이 끝까지 지속되기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는 50년대 ‘B급 SF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성배나 성궤와 달리 크리스탈 해골이라는 보물은 마야문명과 외계인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우주적 음모이론의 소재다(이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에이리어51에서 외계인 사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영화다!). <엑스파일>과 <미션 투 마스>에 <미이라 2>의 클라이막스를 합친듯한 엔딩을 지켜보며 적잖게 당황하는 팬들도 분명 있을게다. 물론 그걸 의외의 매력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가능하긴 하다.
아드레날린을 펌프질하는 여름 블록버스터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킹콩> 이후 최대의 만족을 전해주는 롤러코스터다. 물론, 그거야 누구나 예견했던 결과다. 스필버그는 어떻게하면 관객의 혼을 쏙 빼서 주리를 틀 수 있는지 거의 태생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다. 그렇다면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18년에 걸친 오랜팬들의 기다림을 단번에 보상해줄 수 있을만큼 풍요로운 모험담인가? 그렇기도 하고, 또 아니기도 하다. 박스오피스에서 실패할 일이야 결코 없을테지만 말이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칸영화제 현지 기자회견 전문
-4번째 <인디아나 존스>가 나오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스티븐 스필버그: 내가 망설였었다. 그동안 그 모든 심오한 역사적인 드라마를 만들면서 일종의 암흑기에 있었다고 할까.(웃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도 했었고. 사실 무엇보다 딱 맞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제프 네이선슨과 데이비드 코엡(시나리오 작가)이 참여하면서 갑자기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오 마이 갓, 이거 정말 만들어야겠는데, 라고 생각하게 된 거다.-오늘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표를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돌아다녔고,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기자 회견장 밖에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해리슨 포드: 너무나 즐겁다. 사실 우리는 스토리텔러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에 대해 거의 30년 동안 지속적인 관심들이 존재했다는 점이 그저 행복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시점에 작품을 개봉하게 되서 더욱 기쁘다. 요즘의 많은 젊은이들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DVD로만 접해왔는데, 이제 그들도 정말 극장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을 극비로 유지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나. 사무실에 도난 사고도 있었다고 들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확실히, 우리 영화에 대한 대단한 관심들이 있었다. 누군가 사무실에 침입해서 무려 3천 장 정도의 스틸 사진을 훔쳐갔었다. 누군인지 밝히지 않겠지만, 결국 그를 체포했고 어떠한 유출도 없이 사건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비밀로 지킨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스크립트를 나눠주지 않았고, 스크립트를 받은 이들은 매우 충성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까지 말이다.-인디아나 존스와 같이 너무나 단순한 캐릭터가 어떻게 모든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는지 그 비결을 말해줄 수 있나.(웃음)
=해리슨 포드: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즐거움은 그의 위트와 지성, 그리고 감독이 그를 던져놓고 빠져나오도록 만드는 수많은 상황들이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의 유일한 비결은 바로 그가 무엇에 맞서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악당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그리고 그런 악당들이 그에게 관객의 기대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이 작품이 <내셔널 트레져>같은 최근의 다른 어드벤처 영화들과 어떻게 견줄수 있다고 생각하나.
=조지 루카스: 우리의 아류작들과 겨룰 생각은 없었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인디아나 존스>를 만들고자 했을 뿐이다. 진짜 이야기, 진짜 사람들이 등장하고, 모험은 바로 그런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 되는 것이다. 최고로 끝내주는 추격신을 찍어야지, 하는 의도 같은 건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단지 어떻게 재미있고 신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나는 요즘의 어드벤처 영화들을 좋아한다. 물론 본 시리즈처럼 독창적인 작품이라면 말이다. <인디아나 존스>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관객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거다. 감독이 다른 장면으로 편집해서 뛰어넘어가기 전에 화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요즘 영화들은 순식간에 현란하게 장면을 전환하면서 시각적인 충격을 주지만, 실제로 정말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 지는 감조차 잡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작품은 관객을 존중한다는 뜻에서 정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었다. 관객들이 매 순간순간 영화의 여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다.-최근의 영화들은 특수 효과에 많이 기대고 있는데, 스필버그와 루카스, 당신 두 사람은 이 영화는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지 루카스: 명백하게도 새롭고 뛰어난 기술이 등장했고, 지금 많은 부분 잘못 사용되고 있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 것 같다. 모든 특수 효과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다. 몇 가지 일들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과거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인 거다.
=스티븐 스필버그: 블루 스크린 앞에서 걸어 다니면서는 어떤 영감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요즘 모든 영화들은 그런 식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나는 가능한 한 그런 것을 최소화 하고 싶다. 나는 실제로 만들어진 세트 안에 들어가서, 사원 안과 부비 트랩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어떻게 영화를 찍을 것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싶다. 그게 돈이 좀 더 들어가더라도 말이다. 조지와 나는 둘 다 디지털 마법이 아닌 실질적인 마법(not a digital magic, but a practical magic)의 옹호자다.-언론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두려움은 없나.
=해리슨 포드: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나는 채찍질 받기를 기대한다. 배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경멸받는 것은 드문 일도 아니지 않나. 나는 돈을 내고 내 영화를 보러 와주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나의 일은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거다. 사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영화는 전문적인 비평을 위한 작품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사람들에게 순수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걸 알고, 그건 소수의 사람들이 어두운 방안에 앉아 작품을 씹어대면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웃음)-4편 이후에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더 만들 생각인가.
=스티븐 스필버그: 만약 대중들이 보기를 원한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사람들이 나와 조지(루카스)를 찾아와서, 언제 <인디아나 존스>의 다음편이 나오느냐고 물어댔다. 사실 내가 사람들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은 영화는 <ET>와 <인디아나 존스> 뿐이다. 아무도 <AI>나 <후크> 속편 안 만드냐고는 묻지 않더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