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경축! 우리사랑>의 로맨스마마 봉순씨
2008-05-21
글 : 김경우
“아줌마 말고 봉순씨라 불러주세요!”

-먼저 경축드립니다. 늦둥이 보신 거요.
=에그, 남세스럽게 왜 그랴!

-남세스럽긴요. 아주머니만 그러신 게 아니라 동네 아줌마들 죄다 임신하셨던걸요, 뭐.
=히히, 그건 그래. 처음에는 어떡~하나 오만 잡생각이 다 들더니 이게 진짜 경축할 만한 일이더라고.

-그래도 남편분과 따님한테 미안하진 않으세요? 부군께선 아들뻘 되는 녀석한테 조강지처 빼앗기고, 따님께선 자기 애인을 엄마한테 뺏긴 셈인데.
=뭐 처음엔 미안한 맘도 들었지만서도 그게 다 자업자득이여. 난 평생 살림만 하라고 태어난 사람으로 아는지 나 혼자 내팽개쳐두고 서방은 밖에서 술먹고 놀기 바쁘지, 딸년은 연애질하느라 바쁘지. 알고 보니 또 지들끼리 짝짜꿍이더라고. 난 단지 그들에게 식모였을 뿐이었다니깐.

-에이, 대한민국 아줌마들이 다 그렇게 살죠, 뭐.
=어이구?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못 써. 아줌마들이 얼마나 외롭고 쓸쓸한지 알어? 그리고 아줌마들 없었으면 대한민국 남자들 따뜻한 밥 한 숟갈 뜰 수 있을 줄 알어? 고마운 줄 알아야지.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아줌마 아줌마 그러는데 봉순씨라 불러!

-네? 네. 그… 그러죠. 보… 봉순씨.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내 이름이 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니깐. 남편이고 이웃이고 모두 정윤 엄마라고만 부르니까 가끔 민증 보면 봉순이란 이름이 생소해. 그러고 보니 우리 구상씨가 ‘봉순씨’라고 다정하게 불러주면 온몸에 전율이 짜르르 돋는다니깐. 오호호!

-아! 그러면 그 하숙생 청년한테 처음으로 꽂히셨던 게 봉순씨 이름을 불러줬을 땐가요?
=아니. 처음에는 구상씨도 날 아줌마라고 불렀지. 어디 보자, 그게 언제더라? 아! 딸내미가 취직했다고 집 나갔던 날, 구상씨한테 딸이 배반 때리고 도망갔다고 전하는데 글쎄,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입 닦으라고 준 휴지까지 꾸역꾸역 삼키더라니깐. 얼마나 맘이 짠하던지. 쯧쯧!

-에이, 그건 모성본능에서 오는 측은지심이지 연심은 아니잖아요?
=그러고 나서 한번은 구상씨가 술이 떡이 되어 전봇대 앞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니겠어. 오바이트는 범벅이 돼가지고 말이야. 내가 들쳐 업고 하숙방까지 데리고 와서 온몸에 묻은 오바이트 잔존물을 닦아주는데 글쎄, 건더기가 살짝 묻은 채 반짝이는 그의 입술이 너무 섹시해 보이더라고. 뽀뽀할 뻔했다니깐.

-취… 취향도 참 독특하십니다 그려.
=그러고 나서 나가려는데 얘가 날 확 끌어안더라니깐. 외로웠던 게지. 그런데 가슴이 쿵쾅쿵쾅 뛰더니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거야. 내게도 그런 적이 있었던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연심이 되살아나더라고.

-흠흠, 그렇게 돼서 그날 밤 그 늦둥이를 가지게 되신 거군요. 그나저나 봉순씨는 그렇다 치고 어떻게 구상씨가 봉순씨를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그 친구 시력이 나쁜 것 같지도 않던데….
=뭐여? 그 말은 내가 못생겼다는 뜻? 뭐 하긴 좋은 시절 다 지나간 나 같은 배불뚝이 아줌마를 좋아해주니까 고맙지. 글쎄, 그러고 보니 구상씨가 날 왜 좋아하게 된 걸까? 나야 하숙집 아줌마니까 제때 밥 챙겨준 거밖에 없는데.

-요즘 제때 밥 챙겨먹는 젊은 남자들 정말 드뭅니다.
=하긴 처음에 부지깽이마냥 비쩍 말라 있는 모습이 안쓰럽긴 하더라. 요즘은 내가 잡채니, 삼계탕이니 잘 챙겨 먹여서 살이 부쩍 올랐어. 호호.

-은근 부럽군요. 뭐 예쁘고 똑똑한 커리어우먼도 좋지만 진심으로 애인 몸 걱정해주는 여자가 최고죠.
=그런가? 아니, 그러고 보니 자네도 비쩍 마른 것이…. 밥이나 제때 챙겨먹고 다니는 거야? 밥 안 먹었음 먹고 가. 마침 새로 김치 담가논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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